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옴 Oct 01. 2023

'나에게 필요한 목표'를 세워야 하는 이유

지은(가명)이는 매달 6일,

현수(가명)는 매달 4일,

시윤(가명)이는 매달 3일,

경호(가명)와 진서(가명)는 매달 8일,

.

.

.

 이 숫자들은 내가 가르쳤던 혹은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과 매달 계획을 세우는 날을 의미한다. (나는 학생들과 공유하기 위해 전월 말일에 세운다.) 오전에 비문학 지문 2개 정독 학습, 규칙적인 수면 패턴 지키기 등 공부에 국한하지 않고 한 달에 한 개씩, 학생 스스로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게끔 한다.

작년 7월에 학생들과 함께 세운 목표 리스트

이 활동의 목적은 크게 2가지이다. 첫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탐색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아이러니하게도 목표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목표 설정이 익숙하지 않은 단계에서 아이들은 대개 3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나는 이를 나우 상태(NOW State)에 있다고 표현한다.      


1) Negativity: 부정적 표현 (ex. 늦잠 자지 않기)

해야 하는 것(이른 기상)이 아닌 하지 말아야 하는 것(늦잠)에 집중하게 만드는 표현 방식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막는다.     

 

2) Obscurity: 불분명함 (ex. 독서하기)

어떤 종류를, 몇 권을, 언제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목표를 정의하는 일이 종종 있다.      


3) Why: ‘왜’의 부재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목표를 세우긴 했는데, 정작 이걸 왜 목표로 삼았는지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고민하다 이런 답을 내리기도 한다 - 주변에서 지금 학년에 중요하다고 말하니까,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잔소리를 하셔서. 나름의 이유이긴 하나, 본인의 동기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학창 시절에 목표를 세우고 실패하는 경험을 수없이 해보며 내가 터득한 것은, 이 나우 상태(NOW State)를 벗어나는 것만으로 목표와 한 층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학생과 함께 목표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고, 수정하여 한 달 동안 실천한 다음, 익월 목표 설정일에 피드백의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학생들이 ‘저 생각보다 끈기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이런 걸 꽤 잘한다는 걸 이제 알았어요’ 같은 말을 자연스레 내뱉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작은 변화들이 쌓여 아이들은 ‘ ________한 ____가 되고 싶다’라는 문장을 완성할 수 있게 되고, 미래를 불안이 아닌 기대로 채워나간다.     


물론, 이 점진적인 과정을 밟는 속도는 개개인마다 다르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초반에는, 학부모님들의 압박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 속도를 일관되게 맞추려 했던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잃는 게 훨씬 많다는 걸 몸소 느꼈고,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는 나아가는 방향임을 기억해야 비로소 학생들이 효율적인 완주를 해낸다는 걸 이제는 정답으로 입증해 보이는 중이다.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삶


목표를 이루며 살되, 목표만 이루는 삶을 살진 말자.


목표를 향해 달려본 경험이 쌓이면, 어느샌가 이런 다짐을 하게 된다. 목표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로 이끄는 기반이 되지만, 자칫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있다. 한 달 목표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내가 목표로 설정하지 않은 요소들은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10대의 나는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정말 싫어했다. 계획을 허무한 행위로 간주하는 것 같았고, 도전하기도 전에 현실이 늘 우리를 막아설 거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크면서 이 문장을 다시 곱씹어보니,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더 대단한 걸 해내는 경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보였다. 그래서 대단한 잠재력을 받아들이려면 작은 단위의 목표들이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내가 거부했던 그 문장을 10대가 아닌 20대에 제대로 직면해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일찌감치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다면, 작은 단위의 계획들을 간과하며 큰 대가를 기대하는 10대 시절을 보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나의 다짐을 섣불리 전하진 않는다. 결국엔 완벽하지 않더라도 먼저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그 이상의 삶을 살아가려면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은 아주 하찮아 보이는 목표를 이뤄본 경험에서 시작되니까.

작가의 이전글 20대 과외 선생님의 목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