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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Dec 16. 2024

배 위의 토토, 그리고 뱃속의 토토


임신 6주 5일 차. 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실감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아이의 태명을 "토토"라고 지은 순간만큼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토토처럼 사랑스럽고 특별한 존재가 다시 내 인생에 찾아온 것 같았으니까.


CRL(태아 크기) 0.24cm


요즘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끝도 없는 식욕과 제어되지 않는 졸음이다. 하루 종일 뭔가를 먹고 있어야 직성이 풀린다. 한 밤중에 배고프다며 라면 물을 올리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진짜 이렇게 먹어도 되니 너?” 하지만 식욕보다 더 심각한 건 졸음이다. 졸음은 진짜 컨트롤이 안 된다.  TV를 보다가도, 핸드폰을 만지다가도, 심지어 일을 하다가도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다. 거의 병적이다.


며칠 전에도 거실 소파에서 TV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발치에 토토가 있었다.
“토토?” 너무 생생해서  “ 이리 와~” 하고 불렀다.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토토를 배 위에 올려놓고 쓰다듬었다. “아이, 예쁘다~ 우리 토토.”  너무도 익숙했던 그 따뜻하고 폭신한 촉감이 손끝에 느껴졌다. 꿈인데도  어쩜 그렇게 선명했는지. 그런데 갑자기 녀석이 사라져 버렸다. “토토야! 어디 갔어?!” 꿈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그리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너무 그리워서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그러다 문득, 내 뱃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 여기 있는데?” 순간 눈물을 멈추고 빙그레 웃었다.


 그래, 토토 네가 남긴 그 사랑은 이제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이 작은 생명에게로 흘러가고 있어. 이 아이가 내년 8월이면 태어난대. 그러니 토토야, 네가 잘 지켜봐 줘야 해. 내가 이 아이를 건강하게 품고 만날 수 있도록 네가 나를 도와줘.


그리고 다음에 꿈에서 다시 만나면, 그때는 더 오래 같이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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