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그의 열렬한 팬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을 쓰는 그의 손끝을 보는데 불쑥, 울컥이라는 것이 올라왔다.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이재명."
그 문장을 쓰는 사람의 지난 시간들이
순간, 스쳐 보였다.
혐오와 조롱, 의심과 공격 속에서도
그가 끝내 여기까지 왔다는 것.
뭐랄까,
사람 하나가 끝까지 버텨서 살아남은 장면을 보는 기분.
나는 정치에 해박하지 않다.
논리도 얕고, 지지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
‘그래도, 이제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들었다는 건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큰 일일지 모른다.
주 4.5일제.
사업자로서는 머리가 아프다.
진짜 그게 되긴 할까?
그런데 또,
“그래도 방법이 있겠지.”
라는 말이 입에서 나온다.
의외였다.
예전 같으면
“탁상공론하네.”
하고 비웃었을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상하다.
나, 예전에 누구였지?
매주 수요일
겨울이건 여름이건
위안부 여성 집회에 나갔다.
뭣도 모르면서 “미친 진보”라는 말을
자랑처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랬던 내가
이젠 월급날엔 심장이 쪼그라들고,
대출을 일으킬 방법을 찾고,
고용계약서를 읽으며,
지킬 게 많아진 어른이 되었다.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를 보고
변절자라 했을까.
아니면
살아남은 어른이라 했을까.
그래도
불씨는 남아 있는 것 같다.
노동자의 편이라는 21대 대통령.
그는 어쩌면 나에겐 반대편일까?
그러나 이분법적으로
그렇게 단순하게 나눌 수 있을까?
내가 지켜야 하는 건
이 작은 회사 뿐만이 아니라,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바란다.
적수가 아니라
같이 살아남을 사람으로서의 대통령이기를.
함께 버틸 수 있는 세상이기를.
그 불씨가
진짜 불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