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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악셀 인생

by 당이


액셀을 힘껏 밟고 있는데, 차가 진흙에 빠진 느낌.

엔진은 과열되고, 기름은 빠르게 닳고, 바퀴는 미친 듯이 돌아가는데

차는 1cm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뒤로 밀리고 있다.


창밖엔 이미 밤이 내려앉았고,

라디오에선 아무 노래도 나오지 않고,

내비게이션은 계속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만 반복한다.


나는 핸들을 부여잡은 채 기어를 넣었다 뺐다 하며

온갖 방법을 다 써보지만 차는 그 자리에 멈춰 있다.


차가 문제일까?

길이 문제일까?

아니면 역시나 내가 운전을 못해서 일까?


룸미러 너머로 ‘나’와 눈이 마주친다.

이제 그만 닥치고 잠이나 자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그래도 차를 놓고 갈 순 없으니까

문 열고, 신발 적시고, 진흙 속으로 들어가야지, 뭐.

이미 그랬던거 같은데 더 격렬히 진흙탕에서 굴러야하나보다.


어차피 이 차를 여기까지 끌고 온 사람도 나고,

다시 움직일 사람도 나밖에 없으니까.


빌어먹을 먹고사니즘.


뭐라도 해야지.

더 격렬히 액셀을 밟던가

후진을 해보던가

차문 열고 나와서 밀던가

보험을 부르던지...

같이 밀어줄 사람들을 찾던가...


차 버리고 걸어갈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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