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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강해 Oct 21. 2024

소원 세 가지를 이룰 수 있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난 효도 강박증이다.

나는 아마, 가장 갖고 싶은 인형을 시작으로 한참을 망설일 테지. 나머지 두 가지로는 바라는 소원이 너무도 많아 턱없이 부족하고,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것들을 마구 적을 수 없어 갈팡질팡할 테니까. 물론, 코흘리개 시절의 나였다면 그랬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집안 재력은 입술이 쩍쩍 갈라져 껍질이 일 정도의 가난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무엇 하나 손에 쥔 것 없는 두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일궈낸 것을 가만 짚어 보면 정말 나쁘지 않은 집안이지. 양발을 바닥에 콱콱 찍으며 칭얼댄 끝에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정도의 가정환경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나는 언제부터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굶주린 탓에,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엉망이 될 정도로 구겨 불태워 버렸다.


어느 날 내게 주어진 종이와 볼펜 한 자루, 세 가지의 소원권.

첫 번째 소원부터 세 번째 소원까지 무엇이든 좋으니 적어 보란 지니의 말에, 나는 물론 다른 학생들까지도 굽은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강의실은 금방 소란스러워졌고, 내 숨소리는 줄어들어 갔다.


'아··· 뭘 적어야 좋지? 역시 내가 죽기 전에 이뤄내고 싶은 것?'


언젠가는 이뤄낼 수 있는 것들이라 하더라도, 무엇이든 과정은 힘들고 복잡하니까 그런 것들을 적자. 죽도록 노력해도 결과가 따라 주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어 나머지 소원은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꿈을 적는 거다. 그래. 이만하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드디어 22년 한평생 빌고 빌었던 것들을 이룰 수 있겠구나.


첫 번째. 엄마와 아빠가 편히 지낼 수 있는 단독주택. 기왕이면 큰 마당까지 있는 곳으로.

두 번째. 엄마, 아빠가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정도의 건물.

세 번째. 제대로 된 신혼여행을 즐겨 보지 못한 그들에게 환상적이고 하루하루가 꽉 찬 신혼여행.


이것이라면 지금 당장 죽어도 좋다 생각했다. 살면서 이토록 감격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갈수록 손은 덜덜 떨리고 목이 메어 몇 번이나 침을 꼴깍 삼켰다.


"지니, 제 소원은 이게 다예요."


그 순간, 지니를 포함해 그 공간 속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고요해졌다. ··· ? 이러지 마. 이래 봬도 나 발표 공포증 있으니까.



COVER IMAGE BY: UnsplashPaul Volk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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