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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스크 May 27. 2022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뉴욕에서

두 번째 이야기

맛집이 많기로 소문난 뉴욕이지만 처음 왔을 때는 미국에서 처음 하는 여행이라 예약도 잘 할줄 모르고 어리바리해서 유명한 식당을 많이 가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약이 필요한 곳도 미리 알아보고 동선도 잘 확인해 최대한 계획한 곳을 찾아가 보았다. 어쨌든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니 집단 지성이 아닌 집단 미각에 의지해 뉴욕의 맛을 즐겨 보리라.



1. Ess a Bagel 

베이글은 지난번에도 먹었지만 여행자의 바쁜 일정에 베이글만큼 간단하고 저렴한 식사는 없으므로 이번에도 먹어 보았다. 나는 잘 모르지만 캐나다와 뉴욕의 베이글은 특별하다고 영어 선생님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했으니 두 번 먹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찾은 곳은 뉴욕 베이글 랭킹 1위인 <Ess a Bagel>. 사실 어쩐 이유인지 2위인 브루클린 베이글이 더 당겼으나 동선이 맞지 않아 이곳으로 가게 되었다. <Ess a Bagel>은 체인점이 워낙 많아 찾기도 쉽다.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예약해 놓은 상태라 최대한 가볍게 먹기 위해 베이글에 애플 시나몬 크림치즈만 주문했다. 크림치즈가 정말로 맛있어서 지금도 달콤한 사과향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 다만 베이글은 약간 질긴 감이 있어 내 입에는 지난번에 갔던 <Pick a Bagel>이 조금 더 맛있게 느껴졌다.  쫄깃한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


2. Peter Luger

뉴욕 3대 스테이크 중에 그래도 한국에 없는 곳을 가야지 싶어 찾아간 <Peter Luger>.  당연하지만 예약이 필수이고 현금이나 US Debit 카드만 받는다. 가게 바로 옆에 현금인출기까지 마련해 놓은 것을 보면 어떻게든 신용카드는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 우리는 등심과 안심을 모두 맛볼 수 있는 2인용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대체 얼마나 맛있으려나 싶었는데 안심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유레카를 외칠 뻔했다.  '그래, 이 맛이야!' 등심도 맛있기는 하지만 안심이 너무 맛있어서 등심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식전 빵은 크게 특별하지 않았으나 모두가 극찬하는 소스는 스테이크의 풍미를 더해주어 좋았다. 디저트로 받은 초콜릿은 가방에 넣어 두었다가 비상식량으로 요긴하게 사용했다. 여하튼 무지하게 비싸지만 가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 나는 다시 가게 된다면 안심만 잔뜩 먹고 올 것이다.


3. Fat Witch

한국에도 들어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본점에서 맛을 봐야지 싶어 첼시 마켓에서 사 온 <Fat Witch> 브라우니.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 지 귀여운 팻 위치 쇼핑백을 들고 가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이 브라우니 역시 나이트 크루즈에 압수당할 뻔했으나 가방 깊숙이 숨겨서 간신히 구해냈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아메리카노와 곁들여 먹으니 영혼이 날아갈 듯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월넛이 씹는 맛도 있고 호두가 고소해서 지나치게 달콤하지 않아 가장 맛있게 느껴졌다. 다양한 맛을 갖추고 있으니 취향껏 맛보면 될 것 같다.



4. Shake Shack Madison Square Park

지난겨울에 가보려 했으나 임시휴업 중이라 가보지 못했던 <Shake Shack> 본점. 공원에 있어 모두 야외 테이블이라 추워지면 영업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셰이크 쉑이야 한국에서도 먹어 봤지만 그래도 본점에서 맛을 보고 싶어 일부러 찾아갔다. 표준화된 프랜차이즈 햄버거 집이니 맛이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뉴욕 한 복판의 공원에 앉아 먹는 기분이 남다르다. 조명이 예쁘게 설치되어 있어서 동선이 맞는다면 밤에 가는 것이 분위기가 더 좋을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뉴욕은 밤이 최고지.


5. Lombardi's Pizza

나이트 크루즈에서 나에게 좌절을 선사했던 <Lombardi's> 피자. 다 식은 화이트 피자가 놀랍게도 맛이 있어 눈물 젖은 피자를 우걱우걱 씹으며 다시 가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막상 다시 가려니 같은 곳을 두 번 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 다른 데를 도전해 보려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피자집이 모두 롬바르디스에서 일하던 사람이 오픈한 가게들이라 그럴 바에야 롬바르디스가 낫겠다 싶어 다시 찾았다.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피자집인 만큼 역시 맛이 훌륭하고 값도 저렴하고 식사도 빨리 나오는 편. 두 번째 갔을 때는 기본인 마르게리타 피자를 주문했는데 내 입에는 소스가 들어가지 않는 화이트 피자가 더 맛있었다. 화이트 피자가 가장 인기 메뉴인 이유가 있는 듯.


6. Rice to Riches

이곳은 원래 계획에 없었으나 롬바르디스 직원이 뉴욕 최고의 라이스 푸딩이라며 꼭 가라고 강력 추천을 하기에 얼떨결에 가게 되었다. 롬바르디스 바로 맞은편에 있어 피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잽싸게 사 왔다. 라이스 푸딩이라길래 쌀가루로 만든 푸딩인가 했는데 쌀알이 그대로 살아있고 맛만 푸딩 맛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차가운 쌀밥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끼얹어 먹는 맛이랄까. 상상하면 으웩스럽지만 막상 먹어보면 의외로 나쁘지 않다. 다만 쌀에 아이스크림까지 더했으니 혈당이 머리를 뚫고 우주까지 치솟겠지. 어쨌든 의외로 괜찮다는 것이지 절대로 맛있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 사람들은 색다르다고 좋아할 맛이고 실제로 손님도 많았으나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니 가지 맙시다.


돌아보며 정리하니 뉴욕에서 야무지게 잘 먹은 것 같아 괜스레 뿌듯하다. 첫 번째 뉴욕 여행 때 배를 곯으며 다녔던 것을 떠올리면 대단한 발전이기도 하다. 어쨌든 잘 먹었으니 이제는 잘 볼 차례이다. 몸이 1키로는 무거워졌겠으나 마음만은 가볍게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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