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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들인 시간

by Blair

책을 읽다가 어린 왕자 책의 한 구절을 읽게 되었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들 때문이야'



이 글을 보니 떠오르는 날들이 있었다. 내게는 지난 10년간 공들인 시간이 있었다. 나는 마치 태어나길 엄마로 태어난 것처럼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순간들이었다.



어쩌면 10년은 짧고도 긴 시간이었다.

그러나 내가 태어나 살아온 기간 중에 1/4을 모두 쓴 시간이었다.



그렇게 공들인 만큼 아니 너는 정말로, 진정을 다해 그만큼 공들였냐 싶냐고 묻는다면 한 30%는 날로 먹었고 70%는 정말로 나를 잃을 만큼 최선을 다했었다.









때때로 아이를 키운 지 1년 즈음의 내 모습이 생각난다. 하루 종일 그 작은 집에서 얼마나 종종거렸는지 저녁에 잠자리에 누우면 마치 몸이 바스러질 것만 같았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힘껏 밀어 넣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그때의 커피는 마치 내게 주는 진정제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소중했던 순간들인데 그때는 정말 몰랐다. 그저 빨리빨리 커다오 그래서 내게 자유를 다오 그런 생각만 할 정도로 힘겨운 시간이었다.



뭐가 날 그렇게 힘들게 했을까... 그게 뭐라고 그렇게 빨리 시간이 가길 바랐을까...





아이 백일즈음 썼던 일기









이제는 그때의 시절이 차츰차츰 잊히고 있다. 언제 그랬던 때가 있냐고 생각이 들 만큼 편하다.

지금은 얼마나 편하냐면 종일 누워있어도 되고, 늦게 일어나도 되고, 낮잠도 잘 수 있고, 아이를 두고 혼자 외출도 할 수 있고, 그저 입만 있어도 아이를 키우는데 하루가 흘러갈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아직 '음식'은 차려줘야 먹지만 그 차려진 음식을 스스로 먹고, 치우고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학교에 가기, 하교 후 돌아와 간식을 챙겨 먹고 주어진 숙제를 하기, 저녁을 먹고 몸을 씻고 머리를 말리고 잘 준비하기...




이렇게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한참을 공들였다.




아이는 내게 '장미꽃'이었다. 그리고 그 장미가 그토록 소중한 것은 내가 공들인 그 시간들 때문일 테다.




나의 한송이 장미꽃





간신히 피어낸 나의 장미꽃이 시들지 않도록 다시 10년이라는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그 빨간 장미가 핑크빛으로 보랏빛으로 또는 푸른빛으로 변할 수 있게 도와줄 시간이다.



아이를 사람 만들기에 유념한 시간이 과거였다면 이제는 그것을 더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미래의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장미는 어떻게 공들여야 할까 고민이 되는 날들이다. 물 주고 햇빛을 쐬어주고 바람을 통하게 해 주고 온도를 잘 맞춰주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노릇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공들일 것이다.

너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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