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의 카톡 사진이 바뀌었다.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에 화사하게 웃던 이모의 얼굴은 딸의 웨딩사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진을 눌러 자세히 보니 이모의 젊은 모습을 꼭 닮은 딸이 그곳에 있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 딸의 모습을 보니 아주 오래전 이모의 결혼식 날이 생각났다. 어릴 적 몇 안 되는 기억에 그날이 분명 남아있었다. 이모의 가슴팍에 붙어있던 커다란 리본이 여전히 기억난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곱게 화장을 하고 머리에 예쁜 장식을 하고 식장으로 들어오던 이모의 모습이 생생하다. 정말 예뻤다. 우리 이모는 원래 예뻤는데 결혼식날은 더 예뻤다.
이모는 조카인 내가 수십 년 전 그날을 기억하는 것을 알까?
엄마와 이모는 거의 열 살 차이가 난다. 엄마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릴 때면 종종 '네 이모 보느라 친구들이랑 못 놀아서 화났었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 엄마가 열 살 즈음 막내 동생이 태어났으니 그때 당시 그 나이면 아이를 돌볼 수도 있었겠다. 지금이야 아이가 아기를 돌본다고 하지만 그때는 거의 어른취급 당하던 때였으니까.
나이가 그렇게 차이나는 덕분에 엄마가 결혼을 하고 우리 남매를 낳았을 때, 그리고 우리가 클 때 이모가 자주 놀러 왔었다.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그때 이모는 우리를 참 예뻐했다. 주말에 종종 우리 집에 와서 놀아주곤 했는데 이모를 가운데 두고 오빠와 나와 잠을 잤다. 우리는 이모가 정말 정말 좋았다.
고모는 다섯 명이나 되는데 그런 추억이 하나도 없고 하나뿐인 이모에게는 온갖 추억이 다 남아있다. 그런 이모가 결혼하는 날이니 얼마나 인상 깊었을까!
결혼식날의 이모는 정말 여신이었다. 이모부의 모습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껏 바라본 이모부는 신사다. 늘 젠틀한 신사. 우리 이모 결혼 잘했구나 싶다.
그런 이모, 이모부의 딸이 결혼을 한단다.
이모의 바뀐 프로필 사진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딸을 결혼시키는 마음은 무슨 기분일까?
MBTI가 아무래도 T인 우리 엄마는 물어보면 내가 결혼했을 때 어땠냐 물어보면 뭐라고 할까? 왜인지 모르게 눈이 빨갛게 붉어서 결혼식장에 나를 데리고 입장하던 아빠도 생각난다. 그날만큼은 아빠도 엄마도 F였을까?
반면 슈퍼 F인 나는 내 딸이 결혼할 때 무슨 생각이 들까? 무슨 기분일까?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다음 주에는 결혼식에 참석하러 육지에 간다.
이종사촌인 이모의 딸의 결혼식이기 때문이다.
이모가 혼주석에 앉아있을 생각, 이모 딸이 입장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몽글몽글 거린다.
그저 결혼해서 잘살길 기도해 줘야겠다. 결혼해서 사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그 모든 순간이 꽃 같은 행복이길 빌어줘야겠다.
이모를 꼭 닮은 딸이 백년해로하며 잘 살길 바란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