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설렘과 불안사이

by Blair

곧 추석을 맞이해서 시작하는 긴 연휴에 신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명절로 가족 들을 만나러 육지에 가는 김에 드디어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지역을 정하고 살 위치를 대충 정하고 인근 집들을 골라봤다. 그리고 근처 부동산에 하나씩 전화를 돌렸고 직접 볼 집을 몇 개 예약을 해두었다. 빠르면 내일 그 부동산에 찾아가 집을 하나씩 둘러볼 것이다.



마음에 드는 집은 있을까, 과연 내가 살 집은 있을까? 설레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동시에 들고 있는 그 마음을 주체 못 해 글로 남겨본다.







제주에 온 것은 우연이었다. 그때는 운명이라 생각했다.



육지에서 갑자기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에게, 본인이 들어와 살아야 하니 나가달라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괘씸하게도 들어오지 않았고 집은 내내 세입자가 바뀌고 있다).



그래서 주위 다른 집을 알아보다 마음에 드는 곳이 도무지 없어서 제주행을 택했다. 어차피 이사해야 하는 김에 잠시 제주에 들러 살다 오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4박 5일 일정이었던가 5박 6일이었던가 제주살이를 목표로 집을 찾으러 제주에 왔었다. 그 기간 동안 무조건 집을 찾아야 했다.



동쪽에 하나, 북서쪽에 하나, 중심가에 몇 개쯤 둘러보고 그러다 이 집을 발견했다. 일 년 살이로 알아봤기에 그 정도 괜찮은 집으로 구한 것이다.



완벽히 마음에 드는 집은 아니었다. 집을 본 그날만 해도 집은 어두웠고 정원은 관리가 되지 않아 막 자라난 잡초와 잔디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곳에 열린 커다랗고 노란 하귤과 2층에서 멀리 보이는 바다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2층 단독주택이 그리고 조용한 마을에 위치하고 있어서 제격이다 싶었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마음으로 계약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갔다.








그렇게 제주로 내려왔다. 1년 살이가 4년이 될 줄은... 제주에서 이렇게 오래 지낼 줄 몰랐다. 내 생에 2층 단독 주택에서 살게 될지도 몰랐는데 뭘...



평소는 습하고, 겨울은 정말 춥고, 벌레는 매일 보고 심지어 정원관리도 내 담당에, 기름보일러라 어찌나 부담이던지... 이런저런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종종 내뱉는 주택살이의 어려움에 주위사람들은 새로운 곳으로 옮기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이 집이라서 좋았다.



도저히 못살겠더라면 진작에 나왔겠지... 불편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계속 산 것이다.



이사를 한다면 육지로 갔지 제주에서 이 집을 떠나 이사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조금 불편해도 괜찮았다.












여전히 제주를 떠날 마음이 크다. 훨씬 큰 마음이 존재하고 아주 작게, 미미하게 조금 더 지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설렘과 불안...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설렘, 내가 과연 이곳을 떠나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

두 마음은 공존한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서 또다시 새로운 집을 만나고

또 집을 고치고 적응해 가며 사는 것이 내 인생의 한 부분이라면 이제는 그냥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 따라 지내고 싶다.

어디든 괜찮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공들인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