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요즘은 이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참 많은 물건을 버리고 있다. 아이 장난감, 그릇, 낡은 옷 그 외에 이것저것을 무분별하게 필요 없다 싶으면, 중요하지 않다 싶으면 버리고 있다. 그런데 재밌게도 매일 버려도, 아무리 많이 버려도, 계속 버려도 버릴 물건은 계속 나온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가 가진 물건이 집안 곳곳에 정말 가득가득 차있다.
때로는 물건이 무섭다. 어쩜 이렇게 버려도 버려도 계속 많은 물건이 남아있다는 것이 정말 무섭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왜 이리 많은 물건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또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면 편리하긴 하다. 물건 없이 사는 것은 힘든 우리이다.
지난 명절을 맞이하여 서울에 다녀왔다. 서울에는 시댁이 있어서 육지에 올라오면 주로 시댁에 머문다. 그런데 지난겨울에 시댁에 방문했을부터 거실에 이런저런 짐들이 점령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없으면 넓은 거실인 곳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소파 두 개와 티비장 그리고 중간에 테이블까지 있어서 그렇게 넓은 공간이 아닌데, 이번에 갔을 때는 그곳이 물건으로 더욱더 좁혀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옷을 갈아입으러 옷방에 갔다. 예전에는 옷방에 깊숙이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될 일이었는데 옷방의 문 앞까지 옷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옷방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다른 방으로 가서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거실과 옷방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시부모님께서 이 집에 사신지도 이십 년이 다 되어가니 집안 곳곳 물건이 가득했다. 그동안 어른들이 버리지 않고 쌓아둔 물건, 매번 아이 준다고 사다 놓은 물건들로 집은 점점 점령당하고 있었다.
물론 부모님들은 지금의 삶이 편하실 테다.
그러나 과하게 많은 물건으로 둘러싸인 공간... 그러나 물건이 사라진다면 더 편하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이다.
아버님은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신다. 몇 해 전 아버님께 생일선물 필요한 게 있느냐 여쭤봤더니 오래된 책의 전집을 사달라고 하셨다. 겨우 10권 정도의 전집이었다. 그러나 책은 이미 오래되어 절판되어 있었고 그나마 중고서적이 있었는데 너무 오래돼서 한눈에도 지저분해 보였다. 그런 고서적이 집에도 이미 많은 것을 알기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다 다른 선물을 사드렸다. 괜히 생신 선물을 여쭤봤구나 후회했다.
물론 이 일화는 일부분이다. 최근에는 우리 아이의 모든 것을 모으신다. 아이가 주어온 돌도 모으시고, 그린 그림, 낙서 등등등 그리고 아이의 치아도 모아주신다. 어떤 면에서는 하나뿐인 손자에 대한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 어떤 면에서는 꼭 그렇게 까지 보관을 해야 할 정도일까 의아할 정도이다. 그런 덕분에 아버님 방은 정체 모를 물건으로 가득하다(물론 거실까지...)
어머님은 미술작품도 좋아하시고, 아름다운 장식품도 좋아하셔서 방에 예쁜 물건이 참 많다. 그런데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옷이다. 특히 체크무늬와 줄무늬를 좋아하시고 화려한 무늬가 있는 옷을 좋아하신다. 원래도 좋아하셨는데 최근 들어 더욱 쇼핑을 많이 하시기 시작하셨다. 집에 갈 때마다 옷이 더 늘어있다. 게다가 아이에게 주신다고 거의 매일같이 사 오시는 장난감, 장식품이 엄청나게 많다. 시댁에 들릴 때마다 한 보따리를 가져오기는 하는데 필요 없는 물건을 가져오는 것도 스트레스라 그만 사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
어느샌가 점점 더 과하게 늘어나는 물건을 보면서도 계속 모르는 척했다. 요즘은 서울과 제주라는 물리적으로 워낙 멀리 살기도 해서 ㄷ자주 뵐 일이 없었고 게다가 물건을 모으는 것이 취미인 것 같은 어른들의 행복을 내가 뭐라고 침해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아무리 모르는 척하고 싶어도 정도를 넘어선 상태를 맞닥뜨리게 되자 이제는 물건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어른들의 이상한 고집으로 그것은 이미 불가능해 보였고 대신 집안 곳곳 오래된 물건을 치워보기로 했다(남편과 합의봄).
당연히 대놓고 치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 뻔하니 몰래 버리기로 한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