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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불평하지는 마

by Blair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돌아오니 몸이 만신창이였다. 오전엔 학교에서 행사도우미로 오후에는 직장에서 핼러윈 행사가 있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쉬지 않고 움직이며 일했더니 목도 몸도 너무나 아팠다.



추워진 계절 저녁이 되어 차가워진 집에 혼자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혼자 공부를 하고 티브이를 보고 그렇게 엄마를 기다렸다. 아이를 만나서 꼭 안아주고 말했다.



"S야, 오늘은 엄마가 정말 피곤해서 그러는데 저녁을 대충 먹어도 괜찮을까?" 아이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래서 냉동실에서 꺼낸 치킨너겟을 데우고 인스턴트 미소 된장국을 만들어 반찬을 한 가지 꺼내어 밥을 차려주었다. 심지어 밥도 어제 지어놓은 밥이라 미안했다.



그리고 나는 옆에서 한두 숟갈을 먹어 허기를 채우고 아이가 잠잘 때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주말 아침에도 여전히 내 몸은 무거웠고 아침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 일전에 만들어 얼려놓은 미역국이 있어서 미역국을 먹자고 했더니 어제 학교에서 미역국을 먹었다며 먹지 않겠다고 했다. "원래 주말 아침에는 늘 미역국을 먹었는데 오늘도 그냥 먹으면 안 돼?" 그랬더니 아이는 요즘 엄마는 내게 주는 음식에 너무 성의 없다며 불평한다.



최근 여러 일이 많아 음식이 부실해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 내내 저녁으로 매번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생선을 번갈아가며 주었고, 종종 다른 국도 끓이며 준비했는데 그렇게 느낀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는 밥을 차리는 일 말고도 해야 하는 일이 아주 많아!, 그럼에도 너에게 매끼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고 싶지만 그게 힘든 날도 있어, 그러니 섭섭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엄마는 천하무적도 아니고 매끼 식사만 생각하며 살 수는 없어, 게다가 사실 나는 요리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도 않아. "



속으로는 이미 너에게 제공하는 환경, 널 위한 학교봉사(임원, 도서관) 심지어 일까지 하며 너의 생활비는 물론 학원비도 벌고 있으니 엄마에게 더 큰 기대는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을 했지만 차마 그 말까지는 삼켰다.



전혀 거짓말이 아니다. 모든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 수년동안 아이에게 최선 아닌 최선을 다했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고작 몇 번 끼니를 대충 차렸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그런 불평을 들을 이유는 없었다.



어른들은 왜 삶이 피곤한걸까







며칠 전 아이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아이친구가 만들어준 만두와 김치볶음밥을 먹고 왔다. 아직 아이에게 요리는 한 번도 시켜보지 않았기에 같은 학년의 친구가 그 정도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신기해하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이에게 "너는 왜 아직 스스로 요리도 못해먹니?"하고 불평해 본 적은 없다.



모든 게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부모는 늘 자식에게 희생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러니 까짓 거 밥을 대충 줄 수도 있지! 안 그런가?








그나마 아빠가 있을 때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빠는 장기출장으로 집을 비울 때가 많아 아이와 내가 둘이 지낼 때도 있다. 그때 나는 혼자 아빠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을 동시에 그리고 일과 학교까지 신경 쓰려니 버거워질 때가 있다.



게다가 아무리 하고 또 해도 살림이 적성이 아닌데 그 많은 집안일을 계속하고 지내는 내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니 아이에게 다른 것은 바라지 않더라도 불평은 받고 싶지 않다. 그저 엄마가 하는 모든 일은 나의 최선이니까 그 정도로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은 또다시 금요일이다. 오전에는 방수업체가 온다고 아침부터 신경이 곤두서있다. 그리고 오후는 출근도 해야 한다. 그리고 내일은 주말인데, 주말에는 생일파티가 있고 지난 주중에 못 간 수업도 다녀와야 한다. 생각만 해도 피곤한 주말이다.



주말에는 제발 선풍기도 치우고, 못다 정리한 가을 옷도 정리하고,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엄마는 깨어있는 내내 머릿속으로 계속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생각한다. 그러니 제발 엄마에게 불평은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엄마는 이게 최선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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