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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지옥을 경험해야 하다니

by Blair


오랜만에 당근 마켓 앱을 열었다. 미니멀리스트로 산다고 한참 당근 판매에 열중할 때가 있었다. 벌써 2년도 훌쩍 지난 일이다. 그 후로 일을 시작하며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 돈 버는 것이 집안에 있는 물건을 파는 것보다(당근), 훨씬 더 빠르고 많이 덜 스트레스받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예 그만두었다.



정말 편했다. 무엇인가 팔려고 사진을 찍지 않아서,

글을 올리지 않아도, 사람들과 약속을 잡지 않아도, 네고를 하지 않아도, 그것들을 포장하지 않아도, 중고물품 몇 가지 팔면서 받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졌다.



그 기간 동안은 대신 재활용품 상자를 훨씬 많이 이용했다. 반면 지구를 덜 생각하는 것 같아 마음은 무거웠지만, 물건이 아직 새것인 것 같아서 버리기 망설여졌지만 마음은 정말 편했다.



그런데 이사를 앞두고 정리해야 할 물건이 너무도 많았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모두 그냥 버려야 했다. 그러나 문제는 버리는 것에도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버리는 값이라도 벌자 싶어서 다시 당근 마켓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는 레고 만들기를 좋아한다. 사실 아이는 레고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좋아하는 것이 많은데, 그중에 레고는 그래도 다른 장난감보다 더 오래 갖고 놀 수 있어서 종종 사주는 편이다. 그러나 커다란 사이즈가 레고는 가격이 꽤 비싸서 생일이나 어린이날 혹은 크리스마스 이런 특별한 날을 골라 사주고 있다. 그래서 자주 안 사준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레고가 꽤 많아져 있었다.



레고의 문제 아닌 문제는 일단 만들면 끝이다. 대체로 한번 만들고 전시용으로 끝나는 것 같다. 특히 멋진 디자인의 레고는 한번 만들어서 거의 부시지 않고 형태를 유지한 채로 잠깐씩 갖고 논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을 전시되어 있다. 집에 진열장도 거의 없는데 그것들이 전시되어 계속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현재 집에 있는 레고는 큰 사이즈 레고가 3개 그리고 조금 작은 레고는 6개 정도이다. 총 9-10개 수준인데 가격만 해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런데 이사를 앞두고 나니 100만 원이고 100원이고 처치곤란이다. 게다가 레고는 피스도 많아서 얘네들이 섞이기 시작하면 곤란하다(이미 섞인 것도 한 박스이다)



이사를 앞두고 이것들을 가장 먼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레고 피스 한개는 못찾아서... 미완성







먼저 레고의 상자와 설명서를 찾았다. 그리고 먼지를 털었다. 그리고 사진을 예쁘게 찍었다. 그리고 사진에 맞는 글을 썼다. 이 과정이 겨우 네 문장으로 끝났지만 30분은 훨씬 더 넘게 걸린 것 같다.



다행히도 내가 올린 레고를 한꺼번에 사겠다는 분이 나타나셨다. 나는 가격을 더 팍팍 내려서 말씀드렸다. 그래야 더 잘 팔리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로 다음날 거래하기로 했다.



그렇게 성사된 당근 마켓은 아침 9시이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바로 판매하러 가면 딱 이 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에 나가려고 평상시 기상보다 한 시간 먼저 일어나 물건을 차 트렁크에 싣고, 나도 씻고 아이 등교 준비를 시키고 그렇게 나갈 준비를 했다.



사실 오전에 준비한 한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제 오후에는 판매하려는 레고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부족한 레고 모양을 다 찾는다고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거의 완전한 형태이길래 판매하려고 마음먹은 것인데... 자세히 보니 생각보다 부족한 레고 부품이 한가득이었다. 그것들을 각각의 봉투에 넣어 포장하고, 상자와 설명서를 챙기고 하느라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무사히 오늘 아침 레고를 판매했다. 그래도 금방 잘 판매되어서 다행이었다. 시작이 참 좋았다.







이 지옥은 이제 시작이다. 이사를 앞두고 나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왜 이렇게 많을까. 앞으로 한 달 내로 판매해야 할 것이 수두룩 빽빽하다. 심지어 덩치가 큰 물건도, 고가의 물건도 많다. 걱정이다... 그리고 정말로 귀찮다.



모든 물건의 사진을 찍고 글을 올리고 만날 약속을 잡고 또 만나서 물건을 건네주고... 그중에 딱 하나 돈 받을 때만 좋다.



내일부터는 정말 부지런히 정리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날이 많지 않다.




다시 지옥이 시작되었다.

이사지옥 그리고 당근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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