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함에 관하여
기대하는 것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전야에 내리는 눈이나, 선물을 기대하는 그런 종류의 기대는, 상상만 해도 좋다. 그러나 그게 스스로가 아니라 타인을 향한 기대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담이 달라붙고, 너무 큰 기대를 던지면 종종 짐덩어리가 된다. 어딘가에 내려놓을 곳이 마땅치 않을 때 계속 짊어지고 있어야만 하는.
성숙하고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길을 잠깐씩 잃어버리더라도.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서 성숙해지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
괜찮은 사람이 괜찮은 어른이 되고, 괜찮은 노인이 되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기대라는 이름의 고문을 가해서는 안된다. 상대편을 위한다는 것은 기만이다. 솔직해지자. 맘에 안 드는 상황이나 상대를 내 뜻대로 내 맘에 맞게 끌어가고 싶은 것이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좋으려고 그러는 거다라는 것을 인정만 해도, 많은 것들이 가벼워진다. 내가 바뀌는 노력은 힘드니까, 상대편이 수고하고 노력하고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못해서 인간세상이 항상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