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 and Won’t를 읽다가
보통은 무언가가 좋았는지 나빴는지 그때는 잘 모른다. 혹은 잘 모를 수도 있다.
약간 어둑한 동네카페에 가서 커다란 통창이 있는,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의지하고 책을 펴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상태는 평온한 안정감을 준다. 제발 들어달라고 호소하고 고함치는 소음이 아니라
공기 중에 묻어 흩어져버리는 피아노 소리가 의자에 조금 더 앉아서 버티고 싶게 만든다.
나는 하루 중에 잡아두고 싶은 순간들을 이렇게 잡아두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나는 운이 좋다. 아무리 불행한 일만 가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렇게 크고 푸릇한 나무가 건너다 보이는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라테를 마시는 동안에는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루에 최소한 한번 혹은 두 번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랬을 거라고 믿는다.
여기 이 시간과 장소는 손에 넣어본 적도 없는데 잃어버린 것들이 주는 상실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시간과 공간이다.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사라져 버리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괜찮다.
리디아데이비스라는 작가를 책으로 만나게 되어서 약간, 기쁘다. 아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