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할 자유
원래 안 쓴 지 오래됐던 바, 쿠팡사이트를 탈회했다. 도시에서, 특히 서울에서 살면서 완벽하게 온라인배송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항상 주말배송과 새벽배송이 마음 불편했었다. 일요일 배송이 가능했을 때의 충격은 오래된 것 같은데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상할까 봐 생물은 배송신청도 안 하는 나 같은 사람한테, 편리함은 무참함과 거의 동급이다.
무참함
누군가의 희생으로 누군가는 편리하다. 편리함은 돈으로 환산될 수 있나. 세상에는 돈을 위해 못하는 게 없는 인간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인간이 아닌 게 아니라, 인간이라 가능한 잔인함.
가지고 또 가지고도 모자라서 항상 허기지고 굶주려 있다.
돈으로 못 할 일이 분명히 존재는 하는데,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돈이 너무 없으면 불편하다. 때로는 괴롭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대체로 당신의 불편과 고통은 어쩌면 당신 탓이 아닐 텐데.
당신이 현재 부자가 아니라면, 당신은 남을 해치지 않으려는 사람일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까지 가지려 하지 않는 당신은
피에 굶주려 걸신들린 아귀처럼 굴지 않아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돈이 신이고 목적인 이 세상에서, 지나치게 두꺼운 위선의 가면을 쓸 수 없는 당신들은.
나는 (비로소 확실하게) 쿠팡을 쓰지 않는다. 묶이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안도감은, 어떠한 종류의 자유와 거의 동급이다.
그래서, 아주아주 사소하고 여린 자유를 또한 얻는다. 불편할 자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