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nclesay Apr 30. 2022

아내의 명품 가방

아홉 번째 상차림:아내의 명품 가방


아내가 가방 하나를 들고 들어 왔다.

얼핏 보아도 브랜드를 알 수 있는 꽤 비싼 명품 가방.

결혼을 하고 지금 까지 알뜰하게 만 살아온 아내가 일탈을 한 것인가.

한 번도 저런 적이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평소 알뜰하기 그지없는 아내는 안타까울 정도로 아끼는 스타일인데 저 유명한 명품 가방을 자기 돈 주고 샀을 일은 없을 텐데 무슨 일 인가.

아니면 그냥 짝퉁인가? 사실 아내는 명품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조차 없다.

어떤 브랜드가 명품인지 짝퉁인지 그런 거 아무것도 모르는데, 사실 아내는 자신이 들고 들어온 가방이 어떤 브랜드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진짜 인지 짝퉁인지 그런 것 따지기 전에 그냥 모른다.


사실 아내는 답답할 정도로 알뜰하다, 누군가는 궁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내가 아낀 두부 한모 값, 콩나물 한 봉값, 한 두 정거장은 걸어 다니며 아낀 알뜰함 때문에 지금 이렇게 라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까지 살아온 것 같다.

나는 소비에 대한 절재를 하지 못하는 편이다. 계산하지 않고 일단 쓰고 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신혼초 우리는 정말 많이 다투었다. 무조건 아끼려고만 하는 아내, 궁상맞기까지 한 아내, 그런 아내가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

결혼 후 몇 번의 어려움이 찾아왔고 그때마다 아내의 알뜰 함은 빛이 났다. 아내가 그렇게 아뜰 한 아내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아내의 알뜰 함이 인정이 되면서 지금은 나 또한 소비에 있어서 아내의 의견을 많이 존중하는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내의

지나친 알뜰 함이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내가 잘해주지도 못하면서, 맘대로 쓸 수 있게 많이 벌어다 주지 못하는 열등감과 상한 자존심이 더욱 나를 힘들게 하고 그런 미안한 감정들 때문에 아내에게 화를 낼 때가 많다.

아내라고 왜 명품가방 하나 사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고급진 옷 한 벌 고급 승용차, 넓은 아파트, 왜 사고 싶지 않겠는가. 어쩌면 아내의 궁상은 못난 남편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더욱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아내가 명품 가방을 들고 들어왔을 때, 차라리 저걸 사 가지고 온 것이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아내도 남편과 자식이 아닌 자신의 기쁨을 위해 살기 시작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심 아내의 일탈을 기대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뭐야! 자기야?


아! 언니가 여행 갔다가 오면서 나 주려고 사 왔데...


이렇게 비싼 걸....


이게 비싼 거야? 10만 원 넘어?

어이가 없는 아내의 대답, 역시 아내는 저 가방의 가격을 모르는구나. 만약 저 가방이 진품이라면 300백만 원을 호가할 텐데......

그렇다고 선물로 받은 가방을 진품이나 짝퉁이니 따지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퇴근을 하고 돌아오니 아내가 집에 없다. 저녁 준비를 하려고 마트에 간 모양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현관문은 열고 들어선다.

그런데 아내의 어깨에 그 비싼 명품 가방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가방 안에서 마트에서 장을 본 두부, 콩나물, 마늘, 삼겹살이 나온다. 황당함에 웃음이 터져 버렸다. 웃음의 이유를 모르는 아내가 귀엽게 피식 웃으며 묻는다.


왜? 웃어요.


당신! 이 가방이 얼마짜리인지 모르지, 그래 모를 거야 만약 알았다면, 여기에 그런 걸 담아 올리가 없어.

그리고 아내의 그런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도 저 가방은 당연히 짝퉁일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누가 300만 원이 넘는 명품가방을 마트에서 장보는 장바구니로 쓰겠는가.


자기야? 이 가방이 진짜면 300만 원이 넘어!

알고 있어?


자기야, 장난치지 마 가방이 그렇게 비싼 게 어디 있어.


나는 검색을 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가방의 실체를 알렸다. 아내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머리를 가로저었다.


가짜겠지? 언니가 이렇게 비싼 걸 선물로 사 왔겠어.

언니가 이번에 친구들하고 스위스 여행에서 사 온 건데.

나는 아내가 들고 들어온 오렌지색 쇼핑 가방을 그제야 들여다보았다.

이럴 수가 아내는 300만 원이 넘는 가방에 마늘 이랑, 두부, 삼겹살을 넣어 온 것이다.

나도 놀라고 아들도 놀라고 평온한 것은 정작 아내뿐.

진품임을 증명하는 여러 증거물들이 가방에서 발견됐다.

품질보증서, 진품 증명 카드, 서비스 번호 까지.

더욱 놀라운 것은 아내의 명품을 대하는 태도이다.

그 후로도 아내는 그 가방 안에 마트에서 장본 것들을 담아 왔다. 그리고 그냥 시크하게 내던 진다.

그리고 우리 집에 그 누구도 그 비싼 가방을 그렇게 취급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 후로 아내의 명품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아내의 말로는 별 쓸모가 없단다. 그 가방으로는 장을 많이 못 본단다.

아내의 명품 가방은 지금 어딘가 처박혀 있을 것이다.

여전히 관심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 한 체, 그저 쓸모없이 싸구려 가방 취급을 받으며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 그 흔한 자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