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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clesay Nov 01. 2021

산책

여섯 번째 브런치:산책

오늘은 산책을 나갔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백신을 맞고 3일 동안 집안에 꼼짝 않고 있었어요.

이틀 째 되는 날은 통증이 좀 있어서 진통제를 두 알 먹었습니다.

삼일 째 되는 날, 팔 아픈 것 도 사라지고 몸도 이상이 없었습니다.


몸이 괜찮아진 것을 느끼는 순간, 밖으로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일 동안 그저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으니까요, 답답할 만도 하죠.

그냥 나가느니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나가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행선지를 머릿속에 미리 그려 보았습니다.


요즈음 인천은 소래포구 축제가 한창입니다.

축제는 10월 22일부터 11월 22일 한 달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행히 소래포구와 집이 멀지 않아 제일 먼저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인파는 그렇게 많이 붐비지 않더군요.

소래포구 축제는 2년 정도 열리지 못했어요, 다들 아시다시피 코로나로 인하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소래포구는 수산물이 정말 신선합니다.

저는 집에서 2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소래포구에서 전해 지는 바다의 신선한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회센터를 지나 포구의 경매장 쪽으로도 가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경매장 쪽은 화제가 나기 전 소래포구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답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여전히 건제하게 버티고 있는 소래포구를 보며 왠지 모르게 잘 버텨준 포구와 그곳을

삶에 터전을 삶아 살아가시는 상인 분들이 감사했습니다.

소래에서 여기저기 사진도 찍었는데 중간에 카메라가 문제가 생겨서 안타깝게도 소래포구 사진은 보여드릴 수 없게 되었네요.


소래포구에서 한 시간 정도 구경하고 가까운 소래 생태습지공원으로 장소를 옮겼어요.

포구에서 습지공원 까지는 자동차로 약 1~2분 걸어서는 5분이면 갈 수 있답니다.

역시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합니다.

습지공원 입구에 현수막이 걸려있었어요.

주변 아파트 입주회에서 내건 물류센터 허가를 반대한다는 내용이었죠.


소래 생태습지공원은 꽤 넓은 편이고 옛 염전터가 새롭게 복원이 되어서 현장학습도 많이 오는 곳인데 물류센터가 들어선다니 반대할만한 것 같습니다.

가을이 물들어 가는 만큼 자연도 색이 바래는 듯합니다.

어느새 핑크 뮬리는  자기 색깔을 잃어 가고 있었어요.

가을바람이 너무나 신선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도 너무 운치 있고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바깥공기를 쐐니 기분까지 상쾌해지더군요.

사진을 찍고 계신 분들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유모차에 아이 둘을 태우고 나온 엄마와 사진을 찍으시는 노부부 그리고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 또 강아지 산책을 시키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한 곳에 머물고 거닐면서도 그 모습과 이유는 각자 다른 것이 인생인 듯 보였습니다.

소래포구와 생태공원에서 약 두세 시간 머문 듯합니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나온 터라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웠습니다.

가까운 대부도로 향했습니다.

소래에서 대부도 까지는 약 15분 정도 소요됩니다.

대부도를 가다 보면 시화를 지나게 되는데요

그곳에는 평소에도 낚시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시화방조제를 시원한 바람과 함께 지나다 보면 아주 유명한 시화나래휴게소가 있습니다.

이곳은 주말이면 차량들로 붐비는데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피크닉을 즐기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미 가보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나들이하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잠시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려고 주차를 했는데 이곳에서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일부러 주차장 구석에 있는 인도 쪽으로 차를 세웠어요.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트렁크를 열고 차크닉 모드로 전환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음악을 잔잔하게 틀고 항상 차에 준비해 다니는 조금 큰 무릎담요를 트렁크에 깔고 누웠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시원한 가을바람 그리고 파도소리 갈매기.

뭐 하나 나쁠 것 없는 완벽한 오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좋아하는 커피까지 있으니 남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잠깐 누웠는데 고사이 잠이든 모양입니다.

약간 싸늘한 기운이 느껴져 눈을 떴는데 한 30분 정도 정말 꿀맛 나는 낮잠을 잤습니다.

전망대를 올라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공사 중이라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가을바다를 카메라에 부지런히 담았습니다.

그 안에 갈매기도 파도도 바람도 비행기도 담아 두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는 기억을 못 하겠지만 카메라는 기억을 하겠지요, 그때 담아 두었던 것들을 말입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더군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리를 하다가 문득 가을 하늘 바다 위 석양이 담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차크닉 모드로 1시간 정도 기다렸지요.

해가 떨어지는 수평선 너머로 붉은 석양이 물들어 옵니다.

자연은 참 신비스럽습니다, 세상에 그 어떤 화가가 저토록 아름다운 색을 낼 수 있을까  하나님의 솜씨가 너무나 감동스러웠습니다.

해가 다 떨어지고 난 후에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매일 이렇게 자연을 친구 삼아 함께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풍요로울까.

가끔 카메라에 담기는 세상보다 더 황홀하고 풍성한 것들을 최고의 해상도인 눈과 마음으로 보는 삶은 얼마나 좋을까.

가끔 나가야겠습니다. 친구와 함께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번 주말 소래에 와보세요

소래 생태습지공원으로 오시고 그리고 바람과 갈매기와

가을빛 붉은 석양이 있는 대부도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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