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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는 언젠가, 나는 오늘도

by 퇴근후작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내게는 하나의 꿈이 생겼다.

바로 아트페어에 나가는 것이었다.


그때는 ‘작가가 된다’는 것,

‘나만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 어떤 것도 구체적이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일까. 아트페어라는 무대는 내게 막연하지만 꼭 이루고 싶은 꿈으로 다가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실 아트페어 참가 자체가 꿈이라기보다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어야만 아트페어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결국 내 안에서 자라난 건 아트페어 자체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내가 인스타그램을 처음 개설한 건 2023년 8월이다.

마침 그 무렵 뱅크아트페어에 그림을 보러 갔었는데,

그때 찍어둔 뱅크아트페어 전경 사진이 나의 인스타그램 첫 게시물이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한 장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내 꿈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아트페어.jpg

그 첫 게시물을 시작으로,

나의 인스타그램은 그림 작업의 기록이자

나만의 포트폴리오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5월, 나의 첫 개인전을 마친 뒤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떠오른 다음 목표는 아트페어였다.


하지만 아트페어는 작가 개인의 참여는 어렵기에
갤러리와 팀을 이루어야 하고, 경력과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개인전 한 번을 마친 나는 여전히 무명에 가까운 작가였다.
그래서 아트페어 참가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만 느껴졌다.


그런데 며칠 전 한 갤러리로부터 내년 봄 아트페어에 함께 나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너무나 놀랍고, 신기했다.


내 그림이 코엑스, 세텍 같은 큰 전시장에서,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 앞에 놓일 수 있다니.
직접 그림을 설명하고, 반응을 듣고, 또 누군가에게 판매까지 할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물론 내년 3월에는 초대전을 잘 끝내는 게 가장 큰 목표이다.

하지만 꿈이 하나씩 현실로 다가오는 이 과정이 그저 감사하고, 또 기쁘다.


일과 그림을 동시에 해내는 일은 체력적으로 분명 쉽지 않다.

이미 한계가 온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일을 열심히 할 것이다.

그 속에서 그림에 도움이 되는 자극과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고단한 하루들이지만,

그 모든 시간이 결국 아직 오지 않은 나의 전성기를 준비시키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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