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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에너지의 110%를 쓴 당신에게

by 퇴근후작가

예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가 했던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사람은 하루에 에너지를 60~70%만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100% 이상 쓰면 번아웃의 위험이 있고,
80-90%를 넘기면 스트레스가 급증하며,
60-70%쯤에서 가장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돌발 상황이 생겨도 대응할 수 있고,
내일을 위한 여지도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매일 110%의 에너지를 쓰며 살고 있었다.


퇴근하고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힘들긴하지만 그래도 버틸만하다.


하지만 붓을 내려놓고 정리하는 순간부터
어지러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집에 도착하면 속이 울렁거리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 있지 않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모든 에너지가 바닥나 있는 날들.

그런 시간이 쌓였기 때문일까.
지난주부터 몸이 본격적으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목, 어깨, 등은 단단하게 굳었고 소화도 잘 안 된다.
온몸의 장기들이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는 기분.

당연히 아침 운동은 어려워지고
하루 종일 컨디션 난조 속에서 버텨야 한다.


그러면 찾아오는 두 번째 위기.

자존감 하락. 자신감 붕괴.


괜찮아 보였던 내 그림은 갑자기 너무 별로인 것 같고
하는 일마다 지지부진하게 느껴진다.


모든 게 성가셔진다.


그럴수록 더 또렷하게 느끼게 된다.

역시, 체력이다.


그리고 그 체력을 지키기 위해선
하루 60~70%의 에너지만 써야 한다.
남은 30%는 ‘나를 위한 것’으로 비워놔야 한다.


그 여백이 있어야
삶은 무너지지 않고, 창작도 지속 가능하다.

열심히 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삶이 진짜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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