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이 만드는 비밀

by 여름호빵

“너는 가끔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해.”

20대 중반쯤이었을까. 어느 날 친한 친구랑 대화하는 중에 친구가 나에게 내린 평가였다.

나는 솔직함이 내 장점이라고 오랜 세월 동안 생각했다. 자고로 밀도 있는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솔직함은 필수 덕목 중 하나라고 믿어 왔다.

하지만 솔직함에 대한 정의를 잘못했던 것부터 오류였음을 깨닫게 된 것은 한참 후였다.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이 솔직함이 아니며, 솔직함이란 이름으로 정제되지 않은 날것이 전달되었을 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좀 더 나이를 먹고서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내가 더 현명하고 성숙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여전히 나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어디까지 솔직해야 하는지, 솔직함의 영역은 맞는지 저울질하지만 답을 명확히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솔직한 비밀이 생긴다. 이 친구에게 생기는 비밀과 저 친구에게 생기는 비밀이 다르고 이미 그렇게 된 이상 솔직함을 다시 덧입힐 수도 없다.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고민과 이유가 있지만 파헤쳐보자면 내가 다치지 않으면서 우정도 지키고 싶은 욕심이리라.


언젠가 내가 먼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어, 서로 모르는 내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나를 기억하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흩어졌던 조각들이 천천히 맞춰지며 내가 지켜온 비밀과 드러냈던 솔직함이 사실은 하나였음을 알아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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