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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itt (더 피트) 간략한 후기 (上)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사실적인 최신 미국 의학 드라마 이야기

by 시카고 최과장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 외상 센터'에 대한 다른 리뷰들을 유튜브에서 찾아볼 때, 의학 드라마 리뷰 위주로 다루던 유튜버들이 극도로 사실적이라고 공통적으로 극찬을 하던 새로운 의학 드라마가 있었다.

"The Pitt"라고 하는 의학 드라마인데, 넷플릭스에서 '중증 외상 센터'를 공개한 시기와 비슷한 때에 방영된 미국의 최신 의학 드라마이다.



접근이 쉬운 넷플릭스 같은 매체가 아니고 미국의 유료 케이블 티브이 채널인 HBO와 Warner Bros. 에 기반을 두고 있는 Max라는 OTT에서 방영된 드라마인지라, 미국에서 시청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미국에 살고 있는 내가 이 정도로 접근성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라면, 한국에서 이 의학 드라마를 제대로 시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Max_Logo.jpg The Pitt 가 공개되어 있는 Max (넷플릭스와 비슷한 스트리밍 사이트(OTT)이다.)


그런데, 쿠팡 플레이에서 HBO와 HBO Max의 미국 드라마들을 올해 3월부터 방영하기로 제휴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쿠팡 플레이 측에 긴급히 문의 이메일을 보냈다.

Coupang_HBO_News.jpg


"혹시 쿠팡 플레이에서 The Pitt (더 피트)를 현재 방영하고 있나요?"

매우 실망스럽게도 쿠팡 플레이에서는 현재로서는 방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쿠팡 플레이의 전략과 태도로는 넷플릭스를 넘어설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대에 "왕좌의 게임" , 'Sex and the city" 같은 한참 철 지난 미국 드라마로 홍보를 하고 있던데, 그런 전략으로는 굳건한 넷플릭스의 아성을 넘기 어려울 듯하다.


차라리 에미상 수상이 매우 유력한 최신 미국 드라마이면서도 극 사실적인 "The Pitt" 같은 의학 드라마를 전략적으로 밀면서 한국에서 방영하는 것이 좀 더 예리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었을까?

작가로서도 유명하신 이대 목동 병원의 남궁인 선생님 같은 분의 극찬이 담긴 한줄평을 내세워서 최신 미국 의학 드라마라고 홍보하면서 들여오면, 쿠팡 플레이의 트렌디함도 뽐내면서 공격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었을 텐데...


-- 업데이트 --

현재 쿠팡 플레이에서 이 드라마 The Pitt : Season 1 (더 피트)를 시청할 수 있다고 하는데...

쿠팡 플레이는 한국에서만 접속 가능해서 현재 직접 확인은 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 시청 가능하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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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렵게 Max의 구독권을 활성화시키고 나서야 간신히 'The Pitt' 드라마의 15개의 모든 에피소드를 시청할 수 있었다.

시즌1의 총 15개 에피소드를 전부 감상하고 난 후에는 이 드라마에 대한 후기를 꼭 남기고 싶어졌다.


모든 에피소드를 다 시청하고 나니까 과연 이 의학 드라마가 한국의 방송 심의를 잘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이 좀 되긴 했다. 특히 11화에서의 분만 장면은 너무 사실적으로 여과 없이 보여줘서 그대로 방영이 되면 당연 19금이 되리라 예상해 본다.

L&D_Scene_00.jpg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그대로 나가면 당연 19금 판정이 날듯한 11화의 분만 장면

또한, 후에 '중증 외상 센터'와도 비교해 보는 후기글 또한 나중에 작성해 보고 싶었다.


약간의 배경 지식을 설명해 보자면...

대문에 걸린 드라마 포스터에 나온 주인공을 연기한 노아 와일리는 최초로 성공적인 미국 의학 드라마의 신화를 썼었던 'E.R.'에서 의대생 카터 역할로 출연했었다.

noah-wyle-ER-season-1-1170x780.jpg ER 드라마 시절의 Noah Wyle (의대생 역할로 출연했을 때라 매우 젊다

원래 계획은 'E.R.'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계획되었던 의학 드라마였는데, 원작자 부인과의 계약이 틀어지는 바람에 완전히 독립적인 드라마로 재탄생되었다.


노아 와일리는 미국 펜실바니아주의 피츠버그의 응급실에서 일하는 Dr. Robinavich (=Dr. Robby)를 연기하며... Dr. Robby 가 응급실에서 일하던 연속 15시간을 1시간씩 쪼개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그려내었다.

드라마에서의 1시간은 현실에서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1시간과 같은 시간이니까, 드라마 주인공인 Dr. Robby 가 현실적으로 15시간 연속으로 일하면서 실시간으로 겪는 일들을 시청자들도 같이 겪게 되는듯한 느낌을 잘 살려내었다.


그런데, 이 정도면 노아 와일리는 그냥 응급실 의사 역할 전문 배우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새내기 연기자 시절부터 응급실을 도는 의대생 역할로 시작했고...

이제는 또 다른 의학 드라마인 The Pitt에서 베테랑 응급 의학 전문의의 역할로 나오니까... )


드라마 시청 초기에는 드라마의 제목인 'The Pitt' (더 피트)가 주인공이 일하는 병원이 속한 도시인 피츠버그를 뜻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드라마를 계속 시청하면서 'The Pitt'는 구덩이를 뜻하는 'The pit'으로서 응급실을 속되게 지칭하는 또 다른 명칭인 것도 알게 되었다.




드라마는 주인공인 Dr. Robby의 시점에서 수미상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수미상관(首尾相關)은 문학 기법의 하나로 주로 운문에서 첫 연(구)과 마지막 연(구)이 동일한 혹은 비슷한 형태를 띠는 것을 말한다. 출처 : 나무위키)

SooMi_Ssang.jpg 음악 감상하면서 출근 (왼쪽), 퇴근 (오른쪽) 하는 Dr. Robby
Robi_Abbott_Both_Together.jpg Dr. Robby 가 밤새 근무를 마친 동료를 위로하던 (위), 낮 근무를 마치고 동료에게 위로를 받던 (아래) 장면


처음 몇 에피소드를 보면서는, '중증 외상 센터'와는 차원이 다르게 극도로 사실적인 의학고증에 감탄을 하면서 시청을 했다. 그런데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냉혹한 현실을 그려내는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단순히 시청하고 있는 것만으로 엄청난 고통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엄청 사실적인 의학 고증이 기본으로 깔리는 가운데, 때로는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소름 끼치게 냉혹한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도 그것을 겪는 의료인들의 트라우마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지금 내가 시청하고 있는 것이 드라마라는 것을 계속 잊은 채로 시청하고 있는 나 자신을 계속해서 발견하고 있었다.




8화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드라마를 시청하는 도중에 미처 끄지도 못하고 바로 뛰쳐나가기를 3-4번이나 반복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기에 이르렀다.

보통 냉혈한이나 강심장으로 묘사되고 있는 의료현장의 의료진들도 결국에는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하다. 계속되는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들도 평범한 한 명의 사람이기에 감정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러한 면에서 The Pitt 드라마는 너무나도 냉혹한 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 아마도 나를 여러 번 뛰쳐나가게 했던 거 같다.

Drown_Honor_Combined.jpg 8화에서 나왔던 익사직전에 실려온 6살 환자 (위)와 장기 기증 환자의 마지막 Honor Walk (아래)

익사직전에 실려온 6살 소녀 환자의 이야기나...

뇌사가 확정되어 장기 기증을 하기 전에 극 중 응급실에서 'Honor Walk'를 하던 18살 독자 (獨子)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서 그 부분을 아무런 감정 없이 시청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거 같았다.

특히 'Honor Walk'를 하던 환자의 이야기는 이곳 브런치에서 소개했던 뇌사 상태의 16살 소녀 환자의 이야기를 유독 생각나게 했던 것 같다.(참고 : 미처 피워보지 못한 https://brunch.co.kr/@drchoistory/6 )

(Honor Walk란,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 기증을 위해 수술실로 옮겨지는 환자에게 의료진과 가족들이 존경과 감사의 의미로 도열(堵列)하여 환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지금까지 제작된 모든 의학 드라마들 중에서도 의학 고증에 있어서는 원탑이라고 여겨지는 이 드라마 'The Pitt' (더 피트)에서도 가끔씩 아주 사소한 고증 오류가 있긴 하지만, 3-4개 에피소드당 하나의 오류가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정말 드물다.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이 드라마에 대한 리뷰들을 살펴보면, 거의 만장일치로 역대 최고의 의학 고증을 이루어낸 드라마라고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 외상 센터'의 의학 고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혹시나 아직도 계신다면, 이 드라마 'The Pitt' (더 피트)를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시청해 보실 것을 적극 권장해 드린다.

진짜배기 의학 고증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또한 의학 고증이 정말 형편없었던 '중증 외상 센터'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 드라마 The Pitt (더 피트)에 대한 최대의 모욕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The Pitt (더 피트) 간략한 후기(中)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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