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ir Obscur (클레어 옵스큐어)
올해가 다 지나가고 난 후에
2025년의 기억을 다시 되새겨 보게 된다면...
아마도 크게 2가지가 기억에 남을 듯싶다.
첫째는 넷플릭스의 케데헌이고...
둘째는 바로 이제부터 소개할 '클레어 옵스큐어' 게임의 OST 음악이다.
Clair Obscur (클레어 옵스큐어 = 33원정대) 는 프랑스의 작은 게임 회사인 Sandfall에서 첫 작품으로 내놓은 게임이다.
첫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GOTY(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으로 언급되고 있다.
게임 강국으로서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프랑스의...
그것도 신생 중소 게임 개발업체로서는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마카롱 대통령 또한 이 게임의 성공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인스타 그램에 올리는 등...
프랑스인들의 문화적 자존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혹시 근 시일 내에 프랑스를 여행하게 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래 나열된 주요 곡들을 한 번씩이라도 들어보고 가시게 되면 도움이 많이 되지 않을까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국 문화나 자국 예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최근에 히트한 클레어 옵스큐어의 유명한 곡들에 대해서 현지인들에게 언급해 본다면...
프랑스 여행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Clair Obscur라고 하는 것은 시각 예술에서 지칭하는 '명암대비' 효과를 불어로 표현한 것이고,
이탈리아어로는 'chiaroscuro'라고 표현되는 용어이다.
게임 내 세계관에서는 매년 페인트리스라고 하는 대악당이 계속 줄어드는 숫자를 새기면...
(페인트리스=Paintress는 화가를 지칭하는 Painter의 여성형 명사이다)
그 숫자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는 (Gommage, 고마쥬) 현상이 일반화된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매년 이 대악당을 물리칠 원정대를 보낸다.
이 게임에서는 33 원정대의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게임은 혁신적인 신개념 도입으로 턴제 JRPG에 액션 요소를 더해서 신선함을 도입했고...
게임 전반의 절망적인 세계관 구축이나 게임 중반에 깨닫게 되는 대반전등으로
올해의 게임상은 거의 도맡아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주류를 형성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준 게임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 것은 게임 내에서 나오는 게임음악이다.
게임음악을 처음 만들어 보았다는 이 게임 음악의 감독인 Lorien Testard는...
154곡이나 되는 8시간 정도의 게임 음악의 대부분을 혼자 작곡했거나,
곡을 부르는 가수인 Alice Duport-Percier와 공동 작곡했다.
장르도 매우 고전적인 클래식 음악부터, 신디자이저를 이용한 전자 음악까지...
너무나도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다른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프랑스에서 만든 게임에 삽입된 음악이라 불어가 중심이 되기는 하지만...
게임 음악의 가사에 게임 내용의 주된 내용이 포함되어서인지...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서, 다소 많이 생소한 언어가 가사에 채용되었는데...
이것은 Occitane이라는 프랑스와 스페인 남부에서만 사용하는 언어를 차용했다고 한다.
불어도 모르고 Occitane이라는 언어는 더더욱 모르는 나로서는 어차피 못 알아듣는 언어인지라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는 큰 영향이 있지는 않았다.
이 게임의 커버 곡이라고 할 수 있는 Alicia라는 곡부터 시작해 보기로 한다.
게임을 시작하면 메인 화면에서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게임의 주된 테마 음악이 바로 Alicia라는 곡이다.
대충 만든 그저 그런 음악이 아니라, 제대로 각 잡고 만든 클래식 기반의 음악인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Alicia, Lumiere와 Aline과 같은 곡들은 녹음실에서 클래식 악기와 가수의 목소리 만으로
같은 호흡으로 녹음한 Live Chamber Music (라이브 실내 음악)의 전형적인 음악들이다.
https://youtu.be/p00EF6_b5pI?si=_aqJMgfuaIQWqWu5
다음으로 들어볼 곡은 게임에서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는 뤼미에르라는 도시의 테마 배경 음악인데...
다른 곡들보다는 약간 더 밝은 느낌을 주고 있기는 하면서도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 나오는 곡이다.
초반에 추가되는 기타 선율은 보다 밝은 느낌을 더해주기는 하지만...
곡 전반에 은은하게 깔려 있는 쓸쓸함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https://youtu.be/LpNVf8sczqU?si=3gz-va5UiteCTn0Y
현악기의 기본 연주가 배경으로 깔리는 가운데, 맑고 낭랑한 마치 천사가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현악기는 이곡의 주된 리듬인 가수의 목소리에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배경으로 잔잔하게 깔린다.
그 때문인지 가수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압권으로 들리는 인상적인 곡이다.
https://youtu.be/vGVeDm4118Q?si=fmwals6lfCTb-bTu
그다음에 주목해서 들어 볼만한 곡은 Monoco theme이다.
이 곡은 클래식 음악에 기반을 둔 이전의 곡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곡이다.
Monoco는 게임 도중에 나오는 인물이 등장 테마곡인데, Monoco는 게임 스튜디오 감독의 강아지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곡을 틀자마자 'Bow Wow'라는 전자음으로 시작한다.
'Bow Wow'는 개가 짖는 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영어 단어이다.
그다음으로는 색소폰 듀엣으로 이어지는 밝은 감성의 곡인데...
게임 내의 다른 음악이 기본적으로 단조적인 쓸쓸함을 깔고 가는데 비해,
이곡은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로 간다.
정통 클래식 음악부터 완전 전자음--> 색소폰 듀엣으로 연결되는 곡까지...
이 정도면 이 게임 음악의 감독은 음악을 완전히 가지고 노는 수준에 올랐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 많은 게임음악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부 다 작곡한 사람이 게임 음악을 처음 만들어본 초짜라고?
https://youtu.be/TcEdif_2PNY?si=TsK04ajIY4o2LM5d
다음으로 들어볼 곡은... Déchire la toile이다.
'Déchire la toile'는 프랑스어 표현인데, 직역하면 '캔버스를 찢어 버리다'라는 뜻이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 목적지를 고를 수 있는 World Map에서 뒷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음악인데...
다름 곡들과 마찬가지로 감미로운 선율과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매우 인상적인 곡이다.
또 다른 인상적인 점은, 게임을 다 끝내고 듣게 된다면...
이 곡의 가사에서는 이미 게임 내용에 관한 모든 내용을 대놓고 스포일러 하고 있다고 한다.
(불어도 모르고 Occitane 언어도 모르는 나로서는...
다른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다면 그런가 보다고 밖에 할 수밖에 없다)
https://youtu.be/n1-DSn_6eRQ?si=hOJo-Fn0yfUimsNY
게임 중간 즈음에 나오는 사람을 현혹시키는 중간 보스인 Sirène = 시렌과의 전투 직전에 나오는 음악이다.
Sirène 은 중간 보스 이름이고, Robe de jour는 영어로 번역하자면... Dress of the day를 말한다.
진짜로 사람을 현혹시키고도 남을 정도의 아름다운 선율과 목소리가 전반적으로 깔리는 곡이다.
Sirène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을 오마주한 이름인 듯한데...
게임의 주인공 무리들 전부를 현혹시키는 장면에 걸맞은 매력적인 곡이다.
동영상 링크가 제대로 걸렸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시 들어본 이 곡은...
하던 일을 멈추고 넋을 잃고 듣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넘쳐흐르는 곡이다.
그리스 신화의 사이렌을 진짜로 데려온 건 아닐까?
https://youtu.be/sN91jLQJjcQ?si=4pCQ4zbzO1Hj9bGT
게임의 가장 막판에 이르러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이 곡은...
이 게임 전체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저평가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이 불어나 정체불명의 언어로 불려지는 곳인데 반해...
이곡은 영어 가사로 시작한다.
중간에 불어로 독백이 나오기는 하지만, 가사의 대부분은 영어라고 할 수 있다.
https://youtu.be/mZXLaLPErVk?si=CNVfMn6KHg4nwlYf
Une vie à t'aimer는 영어로 직역하자면, 'A life to love'을 뜻한다.
33원정대 게임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강렬한 이 음악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많이 되었다.
잔잔하게 시작된 음악이 아르페지오+북소리로 한껏 빌드해서 한꺼번에 터뜨리는 듯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곡에 감탄하고 넋을 잃고 감상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 곡은 게임 중에서 서로 부딪히게 되는 두 인물의 인생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서로에게 노래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을 선율과 리듬으로 잘 빌드업하고 있다.
음악과 게임 장면의 절묘한 결합으로 많은 게이머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냥 음악만 들었을 때보다는 그 효과가 배가되게 만드는 음악과 게임 장면과의 조화는...
요즘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음악에서 주류로 올라서고 있는 듯하다.
케데헌에서도 극 중에 나오는 음악을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으로는 그 효과가 미미하지만...
해당 애니메이션 장면과 음악의 찰진 조화는 음악의 효과를 몇 배로 폭발시키는 힘을 보여주었다.
https://youtube.com/shorts/HBAGTYQjaHg?si=g8BtiaM25t23p5tx
노래의 가사와 적절한 타이밍에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 등을 게임 내의 컷씬과 잘 맞추어서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몇 배 이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
아래의 동영상은 게임 내에서 별도의 곡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곡들을 게임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인트로 영상에서...
게임 장면과 절묘하게 결합해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상이다.
아래의 영상은 그 강렬한 인트로 영상을 시청하는 한 게임 유튜버의 극적인 반응이 보이는 동영상이다.
게임 초기에 나오는 인트로 영상과 그에 대한 반응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튜브 동영상을 가져와 보았다.
절망적인 세계관을 잘 보여주면서도, 게임의 목적을 짧고 강렬하게 보여주는 인트로 동영상이다.
이 영상을 맛보기로 이미 한번 봤다는 이 유튜버는
영상에서 느껴지는 음악과 화면의 강렬한 조화로 인해...
감정을 잘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도 또한 보인다.
https://youtu.be/bqrPC9BVbGg?si=6btTIYADCMQEad_U
요약하자면, 클레어 옵스큐어의 게임음악은 오랜 시간을 두고 회자가 될만한 명곡들로 가득하다.
게임 음악 중에서는 이 정도로 게이머들에게 감성적으로 훅 치고 들어오는 경우는 보지 못한 거 같다.
클레어 옵스큐어 (33 원정대) 게임은 GOTY (올해의 게임)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고 하지만...
이 게임 음악은 게임 음악의 GOAT (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에 가장 근접한 음악들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