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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의사제의 명백한 허점 (?)

미국 진출한 의사 입장에서 본 이번 의료법 개정안

by 시카고 최과장

지역 의사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 https://www.mt.co.kr/politics/2025/12/02/2025120218143039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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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뉴스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대놓고 허점이 보이는 법안인데,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을까?'이다.



기사에서는...

'전체 의대 정원 안에서 일정 비율로 지역의사전형을 선발하도록 하고, 장기 지역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지역의사선발전형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로 선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선발된 학생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학비 등을 지원받는다'라고 되어 있다.


의무복무를 하지 않을 경우에 '시정명령·면허 정지를 거쳐 면허를 취소한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내 면허를 정지하고, 면허가 3회 이상 정지되면 위반 사유 등에 따라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한다.


기사에서는 의사 면허 정지와 취소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묘사되어 있다.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진출한 내 입장에서는...

머릿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물음표를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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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역 의사 전형'으로 선발된 의대생이 졸업 후에 바로 미국으로 진출한다고 하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적법 혹은 적절한 수단이 있을까?




원래대로라면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지역 의사전형으로 선발된 사람이,

졸업 후에 바로 USMLE를 치고 미국에 수련을 받으러 간다고 가정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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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의 시작은 'USMLE' 시험부터 시작된다.

USMLE 시험 자격 요건은 ECFMG에 등록된 정식 의과 대학 과정을 수료한 것이다.


적어도 현존하는 모든 한국 의과대학은 ECFMG에 등재가 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므로,

지역 의사 전형으로 선발되어 과정을 마친 사람은 당연히 USMLE 응시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된다.


그러므로, 지역 의사 전형으로 선발된 사람이 의과대학 과정을 모두 마치고,

USMLE 응시를 통해 미국 병원 수련에 지원하는 것은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다.




물론 보건복지부에서 해당 지역 인재의 미국 J-1 비자 발급 과정에서,

미국 진출을 막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다.


미국에서 교환 연수용으로 J-1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보건 복지부에서 해외 수련 추천서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수련 추천서는 한국 의사 면허 소지자로서 해외 수련 기관에서 수련받을 때 받는 서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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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보건 복지부가 지역 인재의 해외 수련 추천서를 발급해 줄리는 만무하니,

분명히 이 지점에서 보건 복지부가 지역 인재의 미국 진출을 막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지역 인재가 J-1 비자를 발급받아야 할 때에만 적용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만약 미국 진출하는 지역 인재가 H 비자를 받거나,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원래 가지고 있었다면...

제도적으로 해당 지역 인재의 미국 진출을 합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의과대학 재학시절, 우리 학교 학생 중에 불미스러운 일로 사법처리가 된 학생이 있었는데...

그로 인해 한국 의사 면허 발급은 받을 수 없었지만...


미국으로 진출하고 수련받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서 (시민권 소지자)

지금은 아무런 문제 없이 미국에서 의사로서 잘 살고 있다는 후문을 들은 바 있다.


물론, 정당한 자격을 가지고 노력하여 미국 진출을 하는경우까지도 막아야 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의 취지에 맞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강제력은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강제력이 제3자인 나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서,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의과대학 동기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요즘은 우리 때와는 많이 달라서, 지방 소재 의대에도 서울 강남에서 공부한 학생들로 꽉 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대 졸업 후에는 너도나도 다들 서울로만 가서 수련받고 진출한다고 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니까, 의사 인력이 서울로만 쏠리는 현상이 지속된 지도 꽤 된듯하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지역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은 생각이고,

지역 의사제도가 어느 정도 필요한 제도인 것은 맞는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취지로 시작하는 제도가 위와 같은 명백한 허점을 지니고 있다면...

분명 어떻게든 악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보완해서 시행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이렇게 명백하게 보이는 '지역 의사 제도'의 허점을 뫠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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