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한 후
계속 창문으로 대운동장을 바라본다
야외 천막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고
에어바운스까지 날씨 좋은 날 축제는
날짜를 기가 막히게 잡았다
'9시부터 시작한다니 얼른 서둘러 가야겠다'
대충 준비를 한 후
빠른 걸음으로 길을 따라 대운동장을 향한다
5분 전 축제의 모습은
저학년 아이들의 예행연습으로 바빴다
'왜 심장이 이렇게 뛰지?'
그저 아이들 어떻게 하나 보러 가는 건데
넓은 대운동장엔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야
음악이 흘러나왔고
아이들이 어떤 자리에서 가장 잘 보이려나
이리저리 탐색하던 중
동요의 전주 부분이 나오자
왜 눈물이 나지?...
그 자리에서 아이들의 동요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내가 어릴 적 합창부였지'
그랬었지...
울컥 올라오는 울먹거림은
소리 없이 목구멍에 걸려 도로 삼키기를 몇 번
그 후론 막을 수 없는
흐느낌이었다
'나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날씨 좋은 가을 축제날
나이 40이 넘어 뭐지??'
행복한 가정에서 잘 살고 있는데'
내 어릴 적 결핍이 아직 남아있구나....
'나 어릴 적 많이 외로웠구나'
갑자기 예고도 없이 들어닥친
동요와 나의 저 먼 곳에서의 뭔지 모를 뭔가가
만나버렸다
'미안하다'
내 어린 날아
그토록 나 자신을 갉아먹었던 건
나였다
나를 특별히 미워하는 친구도 없었고
좋아하는 친구도 없었다
난 그저 존재가 없었다
내 의견이 란 건 없었고
남의 의견을 맞춰주고 거스르지 않는
착한 아이였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렇다
난 자존감이란 뭔지도 모르고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허허벌판 대운동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는 하나도 창피하지 않다
내 감정이 이렇게나마 표현해 준다는 것에
감사하다
내가 우선이다
당당하게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는
다시 축제 분위기에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