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85
"소중한 일상"이라고 하지만, 그 잔잔한 일상이 따분하다고 느껴질 때, 병원방문만큼 효과적인 마음 리셋 방법은 없다. 지난 5년간 암경험자로 살아보니 그랬다. 이것도 암 덕분이다.
'잘 살고 있지?'
10여 명의 대기자들 중 슬쩍 보니 40대는 나뿐이었다. 눈으로 확인했다. 또래보다 먼저 골다공증을 알고 산다. 지난 1년 동안 약을 끊고 운동하며 살았는데,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긴장된다. 신체적인 노화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빨리 왔어도 정신적 노화는 읽고 쓰고 활동하며 노력한 만큼 천천히 맞이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오늘도 검사를 마쳤다. 텅 빈 속을 채우기 위해 병원의 소울푸드인 우거지탕을 먹고 기운을 보충했다.
얼마 전 건조기부품을 교체했다. 그동안 건조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가 밝혀졌다. 메인 부품이 마모되서였던 것을 경고 에러가 뜨고 나서야 알았다. 매일 쓰면서도 그저 산지 오래돼서 그려려니 하고 조심조심 최소한으로 사용했었다. 해체된 건조기 내부에는 지난 7년 동안 쌓인 먼지가 구름처럼 가득했다. 내 무관심의 흔적 같았다. 먼지가 날릴까 봐 선풍기도 틀지 못했다. 더운 날씨에 세탁실에서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부품교체를 마친 기사님은 냉수 한잔을 들이켜신 뒤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10년은 더 쓰세요. 한번 더 고장 날 때까지 잘 쓰세요!"
말끔히 작동되는 것을 확인한 후 진작 점검을 받았으면 효율적으로 썼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못 고친다는 말이 떨어지면 용량이 큰 건조기를 사고 싶은 욕심도 살짝 있었지만 바로 잊었다. 말끔히 성능을 회복한 건조기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사람처럼 물건도 중간 점검을 하면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부품을 갈고 바로 쌩쌩해진 기계가 부럽기도 했다. 나도 건조기처럼 암을 치료했으니 예전처럼 쌩쌩 돌고 싶은데, 나는 그처럼 안 되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었다. 기계처럼은 안 되더라도, 검진을 꾸준히 받고 예전의 70-80퍼센트만이라도 회복해서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감사하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