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로스쿨의 기억(라떼의 기억)

- 대비 없던 1학년의 참패

by 쎄씨로이어

2007년 한국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이 확정된 후 2009년 제1회 로스쿨생이 입학한 지도 벌써 17년이 지났다. 2026년 로스쿨 입학생들은 제18회 LEET를 치르고 입학하는 것이고, 그만큼 시간이 지났다니 새삼 내가 조상을 넘어선 시조라 불릴 수 있겠구나 싶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가 된 이후의 일은 차차 이야기하도록 하고,

로스쿨 입학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병아리들과 (대학 갓 졸업 후 로스쿨에 온 나 같은 학생들)

사회경험을 통해 법학은 모르지만 사회를 아는 오빠, 언니들

다년간의 사시공부경력(?)으로 사회경험은 적지만 법학은 꽤 통달했던 오빠 언니들 사이에서

천둥벌거숭이 같은 로스쿨 생활을 시작했더랬다.


일단, 요즘엔 데이터가 쌓여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우리 때는 기출도 없고, 있는 것이라고는 사법고시 기출밖에 없어서

공부를 그렇게 맞추어 할 수밖에 없었다.


1학년 1학기에 헌, 민, 형 (헌법 민법 형법)을 다 듣고

1학년 2학기에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을 들을 때의 충격이라니...

실체법(헌민형)은 그래도 들어본 가닥이 있어 내용이 어려울 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법원에 구경도 한번 안 가본 내가 절차법(소송법)을 듣는 것은 정말 소귀의 경 읽기 같은 느낌이었다.


로스쿨생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나도 소위 "공부 잘한다"소리를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고

아이큐도 140이 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강남 8 학군에서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고

학부도 대한민국 최고 사학이라는 학교를 졸업하였는데...


듣고 있으나 듣고 있지 않았던 듯한 느낌,

이해한 것 같았으나 이해하지 않은 느낌은

인생에서 처음 느껴본 기분이었다.


내가 제일 억울했던 것은 "로스쿨 입학만 하면 졸업해서 변호사 된다"라고 말하던 사람들 때문이었다.


나는 피똥?을 싸고 있는데 다들 입학만 하고 나면 변호사 되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렇게 쉬워 보이면 너네가 해봐라'라고 생각한 어린 마음도 있었더랬다.


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개인적으로 로스쿨 1학년에 대한 데이터가 너무 없었기 때문에

준비 없이 헌민형이란 큰 산과

소송법이라는 큰 바다를 만나 허우적 대다가

로스쿨 1학년을 마무리했다.


그 결과 입학할 때 GPA와 LEET 점수, TOEIC 만점, 면접 등을 잘 본 덕에 한 학기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던 나였지만...

로스쿨 1학년 학점은 처참했다. 학부에선 볼 수 없었던 학점인 평균 B-를 받았던 것이다. (물론 그 이후 한두 과목 재수강을 통해 일부 올리긴 했지만 그래도 1학년 학점을 만회하긴 어려웠다...ㅠㅠ)


국내 제일 대형 로스쿨이라 해봐야 150명이 한 학년 정원이기 때문에...

로스쿨에서는 모두가 학점을 위해 매일매일 피똥을 싼다.

물론 그들은 다들 나름 수재 소리를 들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나와 같이 좌절을 맛보게 되었다.


물론 나는 그 와중에 아주 명랑하게 공부했던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더랬다.......

사회생활 경력이 있던 언니 오빠들이 보기에 (그리고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았을 때.)

참 철이 없었던 시절이었고,

그만큼 어렸던 나의 로스쿨 1학년 시절이었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10. 로스쿨의 기억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