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로스쿨의 기억 (2)

-undo가 없어서 힘든 인생

by 쎄씨로이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언제로 가고 싶어?’


이런 질문을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파워 N인 나는 과거 쪽팔릴 때, 일의 성과가 나지 않거나 실패했을 때를 떠올리며 인생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아, 지금 이 지식 이 경험 그대로 돌아가면 정말 잘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그러한 실패가 다 자양분이 되고 그 덕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음을 인정하는 40대가 되었지만,

로스쿨 시절이었던 20대에는 그 정도의 성숙함은 없었던 것 같다.


교수님의 질문에 뜬금없는 대답을 했을 때,

시험준비가 덜 되었을 때,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할 것 같을 때,

이제라도 정확히, 지금이라도 열심히, 당장 엉덩이를 떼어 빨리 를 외치기보다는


‘아, 오늘도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으로 아예 좌절을 해 버린 것이다.


고시생 취준생 로스쿨생 뭐 이런 준비생들의 고충은

결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위라는 데에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뭔가 나의 존재가치가 사라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자존감으로 버티며 목표를 위해 나아간다.


그래서인지 더 완벽하고 싶고, 약간의 실패에도 다시 시간을 돌리고 싶고, 시간을 돌릴 수 없으니 좌절하고, 외면하고, 회복탄력성이 매우 떨어진 상태에서 자존감이 바닥인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승승장구하는 친구나 동료를 보면서,

저건 내가 애초에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기만하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건 부귀영화 이런 대단한 게 아니라고 얘기하고 다니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그 기분이 나의 1학년 마지막학기의 성적을 본마음이었던 것 같다.


전액 장학금 받고 입학을 한 나는 성적이 왜 기대만큼 안 나올까 하는 좌절감에 괜히 누구라도 나를 비난할 것 같고, 더 나아가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이 그저 그런 애 취급을 하게 될 것 같았다.


특히 재수도 리바이벌도 없는 로스쿨 1학년은 그렇게 지나갔고, 나는 세 번의 기회 중 한 번의 기회는 끝이 났다는 패배감으로 2학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도 늦지 않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지나치게 경쟁적인 분위기에 압도되었던 것 같다. 미성숙하기도 했겠지만.


어쨌든 나는 판검사에 뜻을 두지 않고 2년 변호사시험을 합격해서 변호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그때 먹었다(물론 결과적으론 아주 잘한 선택이었지만).


수시를 포기한 정시러 같은 기분이 이런 걸까?


나의 로스쿨 2학년부터의 생활은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