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과학> 서평

감정을 전환하는 여섯가지 방법 | 감정은 문제일까, 메시지일까

by 하선영

정말 감사하게도 출판사 서평단으로 글을 쓸 기회가 생겼다.


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이선 크로스의 <감정의 과학: 불안과 무기력, 감정 기복의 악순환을 끊는 6가지 감정 체인지>은 올해 내가 쓰기 시작한 글의 교차점이 비슷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삶 속에서 경험하고 고찰했던 시간 속에서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구하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될 수 있었는지... 읽는 내내 마음에 되새기면서 책창을 넘겼다. (김경일 교수님의 감수 덕분인지, 문장 속 위트도 잠깐씩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시간들이 있었다. 불안을 밀어내야만 강해질 것 같았고, 슬픔을 감추어야만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미뤄두었던 감정의 후폭풍이 되어 내 안을 흔들었다. 감정은 여전히 내 삶의 가장 연약한 지점이었다.


내가 어느 정도 내 감정을 다스릴 줄 알게 된 계기가 있었다. 때는, 코로나 시기에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이었다. 나는 연구실에서 홀로 싸워야 했다. 차별과 고립 속에서 버텨야 했던 시간들. 그때 가장 필요했던 건 역량과 태도,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지탱해 주는 감정 조절의 힘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시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더 현명하게 그때의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었을까?





이 책은 단순히 감정을 다스리는 기술을 알려주지만은 않는다. 감정을 삶의 정보이자 나침반으로 읽는 법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었다. 연구결과와 사례들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호흡은 다소 길지만, 다층적으로 읽히곤 했다. 나의 전공과 배경이 Design과 Management of Innovation이다 보니, 디자인적 사고 그리고 사고의 전환은 늘 삶을 바라보고 관통하는 철학이자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섯 가지 감정 전환도구, '감각, 주의력, 관점, 공간, 관계, 문화'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결국, 감정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전환 가능한 유연한 흐름임을 보여준다.


감정 관리의 첫걸음은 우리 모두가 내면에 갖고 있는 감정의 ‘전환 장치(shifter)’부터 이해하는 것이다. 감각만 잘 다스려도 감정의 자동으로 변화한다. 주의력을 전략적으로 잘 배치하면 그 어느 때보다 큰 두려움을 극복하거나 기쁜 경험을 마음껏 의미하기 쉬워진다. (p37)





나는 늘 'How to?'라는 질문을 탐구해 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결국 내 글쓰기도 그 질문의 연장선에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문장들은 곧바로 내 삶과 작업의 언어가 되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하나의 데이터와 신호로 읽어내는 일. 그것은 내 글을 더 진실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게 하는 힘이 되게 했다.


일부 과학자는 인간의 감정이 사랑, 분노, 혐오, 슬픔 등 6, 15, 27개의 명확한 카테고리로 나눠진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감정은 거의 무한대의 색상, 질감, 조합의 형태로 나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p53)


특히, 벤듀라의 '자기 효능감' 개념은 나에게도 큰 공감이 되었다.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 곧 삶을 바꾸는 힘이라는 것. 감정과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 그리고 그 감정을 전환할 방법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내가 브런치에 쓰는 글들은 대체로 정서 기반 리더십, 인간사의 태도, 그리고 감정을 어떻게 삶과 연결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다. <감정의 과학>은 바로 그 지점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확장해 주었다. 감정은 개인의 내면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와 문화 속에서 함께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는 일이야말로 글쓰기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벤듀라의 이 기념비적 연구를 통해 ‘자기 효능감 (self-efficicacy)’이 발견됐다. 자기 효능감은 어떤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 정말로 목표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개념이다. 자기 효능감에 대한 인식은 ‘중심 신념(master belief)으로 자리하면서 감정 조절과 같은 삶의 핵심 영역을 다루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p98-99)
안전한 공간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열린 마음을 갖춘 상태로 곤란하거나 복잡한 감정에 일부러 다가가는 일은 상실과 변화를 극복해 나갈 때 도움이 된다.... 우리에게는 상황에 따라 주의력의 강도를 정하고 조절할 능력이 있으며, 우리가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감정 경험이 크게 달라진다. 우리는 이 사실을 비록 자각하지는 못하더라도 직관적으로 안다. (p132-140)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왜'라는 질문의 파워를 강조한다. 허망한 질문처럼 보이는 '왜'가, 사실은 우리의 삶과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라는 것. 나는 매사 why? 를 잘 떠올리고 붙잡는다. 왜 지금 이 감정을 느끼는가, 왜 이 문장을 쓰는가, 왜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거는가. 결국 모든 것이 why를 묻는 훈련이 아닐까.


우리가 이만큼 멀리 올 수 있었던 걸 보면 역시 “왜”는 삐딱한 질문을 던지는 글자만은 아니었나 보다. 우리에게는 자신의 삶을 바꾸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도록 도와줄 힘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 출발점에 바로 ‘왜'로 시작하는 질문들이 있다. (p327)




<감정의 과학>은 단순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지금껏 인간으로서 살아오면서 극복하고 버텨온 시절들을 돌아보게 했고, 또 내가 이겨내 왔던 방식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저자 이선 크로스는 심리학과 뇌과학의 깊이 있는 연구 근거를 바탕으로, 감정을 단순히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삶의 정보'로서 해석한다. 이러한 관점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전략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의의가 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니엘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 <생각의 잡음; Noise> 혹은 리사 펠드먼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How Emotions Are Made: The Secret Life of the Brain>가 감정의 구조적 기원과 인지과학적 논리를 파고든다면, 이 책은 보다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적 가이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점이 있었다. 이 책은, 감정관리의 테크닉을 넘어, 자기 성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자, 정서적 리더십을 고민하는 리더, 그리고 감정의 과학적 기반을 탐구하려는 심리학 입문자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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