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투명한 위로 한잔..
사람들은 소주 맛이 쓰다고 하지만, 그건 소주가 아니라 마음이 쓰다는 뜻이다.
마음이 쓰린 날에는 소주가 딱이다.
참 얄굳게도 이글을 쓰는 오늘 현생에서 엄청나고도 신유형의 타격을 받았기에 깡소주를 나발불고 싶은 심정이다. 글이 술술 쓰여진다. 오늘 내마음은 누구보다 쓰디쓰기때문이다.
" 당신은 소주맛을 아십니까? 그렇다면 왜 마시는가?"
만약 20년 동안 매년 20병의 소주를 마셨다면 총 20년 × 20병 = 400병이다.
소주병 하나의 높이가 대략 참이슬 360ml 짜리라면 22cm 정도이니
즉, 약 88미터.
아파트 30층 정도의 높이(1층당 약 2.9m 가정)와 비슷하다.
쓰다보니 20병은 좀 많은것 같아 반토막을 내 아파트 15층으로 살짝 절제미를 드러내본다.
(소주만 마시는건 아니니까...)
라떼는 소주가 도수가 25도였지만 요즘은 16~17도 사이이다.
우리는 그 투명한 잔을 사이에 두고 사랑을 말하고, 상처를 잊고, 어제를 건너왔고 또 내일도 소주가 함께할것이다.
쓰고, 맑고, 조용히 취기가 오르는 그 맛은,
살아내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쓰라린 겸험들과 참 닮아있다.
우리집에는 술을 마시는 분이 단 한분도 안계셨다.
그래서 술에 대한 호기심을 전혀 느껴보진 않았는데,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술고래임을 알았다.
그렇게 소주는 나에게 그냥 술이 아니라 ‘기억 보존 용액’ 같은 거다.
때로는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리게 하는 용액이었기도 했지만 말이다.
외국인 친구는 소주를 보며 ‘생수병에 술 넣은 거 아냐?’라며 웃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늘 " 이렇게 작은 병에 인생이 다 들어있다" 라고 말해왔다.
한국인의 술, 소주엔 때론 웃음도 눈물도 고개를 돌려 마신 체념도 전부 들어있다.
나는 그래서 참 소주를 좋아한다.
미국 드라마에서 위스키가 등장할 때, 한국 드라마엔 항상 소주가 있다.
고백 전에도, 이별 후에도, 실패 앞에도, 무거운 어깨 위에 그리고 탁자에 놓인 건 초록병이었다.
즐겨보는 외국유튜버는 “한국 사람들은 소주를 마시면서 감정을 나누더라. 취한다기보단, 서로에게 녹아든다는 느낌이었어.” 라고 말하며 소주를 마시며 깔깔거린다.
개인주의적인 외국인들과는 달리 한국인들은 정(情)이 DNA에 박혀있기 때문에 함께 소주를 마시면 갑자기 형제자매 혈육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에겐 ‘소주 한 잔’이 인생의 단위인지도 모른다.
20대의 첫 이별도, 30대의 첫 퇴사도, 40대의 지친 금요일 밤도.
그렇게 나는 그리고 누군가는 다시 병뚜껑을 돌린다.
돌려 따는 건 병이 아니라, 눌러 담은 마음일지도 모르니까.
"인생이란, 어쩌면 수많은 병뚜껑을 돌려 따며 그때그때의 마음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흘려보낸다. 저 멀리 아주 저 멀리!
인생의 쓴맛은 누구보다 잘 아는데 술을 잘 못마시거나 분위기만 즐기고 싶다면 다음 조합을 추천한다.
준비물 : 소주 + 초록매실 (믿고 마셔봐도 됨!!)+브리치즈+견과류+꿀 +레몬슬라이스(생략가능)+얼음
사실 본좌 소주에 무엇을 타마시는것을 전혀 좋아하진 않지만,
초록매실은 허락해준다.
오늘같이 불같이 화가 나는 날에는 깡소주는 위험하다.
간단히 딱 한두잔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두잔마시고 맨소주를 마신건 안비밀)
브리치즈에는 견과류가 잘어울린다ㆍ
치즈를 칼로자른후 전자렌지에 약 30초정도 돌린후 견과류와베리를 올리고 꿀을 살짝뿌려준다ㆍ
초록매실이 단맛이 나기때문에 꿀은 살짝만 뿌려야 한다ㆍ
개인적으로는 단맛이 나는 술을 좋아하지않기때문에
술:초록매실 비율은 2 :0.5정도로 마시고
기호에따라 늘리면 된다ㆍ
가볍고 시원하게 칵테일처럼 마실수있는 한잔이 된다!
오늘의 힘듬 괴로움 그리고 위로를 얻는
POWER OF SOJU !
소주의 깊고 쓴 맛을 누군가는 알테고
진저리나게 싫은사람도 있듯이
우리네 하루고단했던 쓴일도 결국 그냥 지나가는 하루일뿐이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