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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양쌤 May 14. 2023

친정엄마와 가지구이 덮밥

가족 챙기기



친정엄마도 남이 차려준 밥상을 좋아하는 여자다. 딸네 집에 와도 잠깐 있다 가기 바쁜 엄마는 딸이 해준 밥 한 끼 받아 보지 못했다. 집에 개 다섯 마리가 목 빠져라 기다리고 오리와 닭도 기다리며 무밭, 미나리밭, 상추밭, 고추밭, 양파밭등 엄마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공사다망해서 서둘러 가기 바쁘셨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는 주중에 자고 가신다는 엄마는 이웃집 언니에게 급한 것만 조금씩 맡기고 마음 단디 먹고 오셨다. 가장 급한 일은 집 강아지 2 마리 산책이다. 두 녀석은 산책을 해야지만 대, 소변을 한다. 생리적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다음으로는 열 마리 남짓한 닭장에 배추먹이고 풀 먹여 기른 닭들이 낳은 알을 수거하는 일이다. 매일 7~8알을 낳기에 꺼내주지 않으면 굴러 떨어져 깨지고 밟혀서 깨진다.


그렇게 나의 마미는 딸 집으로 올라왔다. 집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 엄마는 딸네 집 고양이 2마리와 손자와 손녀와 사위와 함께 태산 같은 집안일을 잊으신 듯 신나게 놀았다. 우선 고양이 매력에 푹 빠졌다. 첫째 남자 고양이 '시루'는 자태만으로도 멋짐 뿜뿜이었고 둘째 남자 고양이 '보리'는 애교쟁이에 품에 폭 안겨 엄마의 마음을 녹였다. 캣타워에 감다 힘들어 포기한 끈 뭉텅이가 있었다. 엄마는 냥이들을 위해 끝까지 끈을 감아올렸다. 그만하시라고 해도 감아올리는 동안 냥이들이 엄마 주변에서 귀여운 발로 장난치고 젤리로 툭툭 치는 모습을 보며 한사코 괜찮다고 하셨다. 결국 끈 뭉텅이를 끝까지 다 감아 완성하셨다.


이번엔 손자와 손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연령처럼 느껴질 정도로 보드게임에 몰입하셨다. 태어나 보드게임 처음이라던 할머니는 왜 이렇게 잘하는지 그리고 친구처럼 너무 재밌었다고 하는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이었다. 거기에 점심, 저녁 그리고 다음날 아침까지 차려준 밥도 좋아하셨다. 그중 최고는 가지구이 덮밥이었다. 왕년에 안주도 맛나게 만들어 장사도 하셨고 최측근에서 대장금이라 불리는 우리 엄마는 이런 신식음식은 또 다른 양념이 있는 줄 아시고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보셨다. 하지만 한국요리 간장양념 거기서 거기라 특별할 것까지는 없지만 최고급 요리처럼 맛나다고 계속 말씀하셨다.


그렇게 딸네 집서 1박 2일을 하다간 엄마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한다. 손자 손녀의 매력을 처음 알았다며 안 자고 가면 모를 매력들을 이제 라도 봐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이젠 아른거리는 추억이 되었지만 그 활력으로 또 살아가실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일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당분간 엄마는 그 에너지로 일상을 보내다가 그리워지면 또 오실 것이다. 직접 차린게 아닌 남이 차려준 음식을 맛나하는 평범한 여자이기에 더 그러할 것이다. 자주 들여다 보고 자주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족은 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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