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Kim 컬처엔진 CEO님 / 심리학관
최근 15개 소방서를 대상으로 조직문화와 조직심리 진단을 진행하면서, 일반 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독특한 패턴 하나가 매우 선명하게 드러났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지고, 의사결정의 여유가 생기며, 책임과 권한이 균형을 이루면서 정서적 부담도 완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소방조직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타깝지만 집단적 트라우마가 일상화되어 있어서 리더가 될수록 심리적 안전감은 낮아지고 불안은 오히려 더 깊어지며, 실무자보다 더 큰 정서적 압박 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건 개인의 성향이나 일시적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만든 결과이다.
위험한 현장에서 반복되는 긴장은 실무자에게 무기력과 피로를 남긴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리더들이 훨씬 강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리더에게 집중되고, 정서적 지지나 심리적 보호막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실무자는 “몸으로 버티는 피로”가 크고, 리더는 “마음으로 버티는 피로”가 더 크다. 이 두 에너지가 서로 순환하지 못하고 각자 내부에 머물다 보니, 감정은 나누어지지 않고 책임은 고립되며, 조직 전체가 정서적 긴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중 긴장(double tendion) 구조가 만들어진다.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고, 불안을 나누기 힘든 문화는 결국 리더와 실무자 모두에게 축적된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특히 소방조직의 특성상 ‘책임감’, ‘인내’, ‘희생’이 강조되다 보니, 감정은 더욱 내면화되고 심리적 불안은 계층을 넘나들며 확산된다. 이 진단 결과는 소방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이 크고 책임이 높은 조직이라면 어디든, 심리적 안전망과 정서적 회복 구조가 없으면 비슷한 패턴이 발생한다.
이번 소방조직 진단을 통해 얻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책임은 위로만 올라가고, 감정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는 조직은 결국 조직 차원의 문화적 병목을 만든다. 그리고 그 병목은 시간이 갈수록 불안, 피로, 긴장으로 축적되어 조직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문화·변화·조직개발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이 시사점을 전하고 싶다. 우리가 다루는 조직의 문제는 종종 시스템·절차·전략보다 더 깊은 곳, 바로 심리적 구조와 정서적 역학에서 비롯된다. 조직이 위험을 줄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위험을 함께 소화할 수 있는 문화와 회복력을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번 현장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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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kim CEO님
컬처엔진
2025.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