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는 왜 관우를 그토록 좋아했나
단지 용맹 때문에 관우를 그렇게 좋아했다기엔, 조조는 여포에게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리더에게 총애받고 싶어한다. 물론 리더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총애를 받는다는 것을 기쁜 일이지만, 자신의 리더에게 총애를 받는다면 심리적 안정감도 생기고 어떠한 것을 요청하기도 편해지니 일상에서 느끼는 긴장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리더의 총애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바꿔보면, 리더는 어떠한 사람을 총애할까? 업무 성과가 높은 사람을 총애하나 싶지만,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면 리더가 곁에 두고 싶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구한말의 조정은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되는 갖은 암투의 현장이었으며, 조조는 이 소용돌이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는 환관의 도움으로 벼슬살이를 시작했지만 환관을 정치에서 배제하려 했으며, 동탁의 앞잡이라고 불리면서도 그를 암살하려고 했고, 어릴 적 친구인 장막에게 배신을 당해 세력기반을 거의 다 빼앗기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의 주치의가 약으로 위장하여 자신에게 독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런 조조가 모든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누구에게나 가장 안전해야 할 침실 역시도 조조에겐 위협의 공간이었고, 조조는 이곳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가짜 연극도 했다.
그랬던 그에게 큰 충격을 선사한 이가 있으니 관우였다. 처음에 조조는 단순히 그의 용맹함에 감탄했었으나, 이후 그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편단심 유비에게만 충성하는 모습에 크게 매료된다. 단지 용맹 때문에 관우를 그렇게 좋아했다기엔, 조조는 여포에게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조조가 여포를 포획했을 때, 여포는 조조에게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며 자신을 등용할 것을 설득했다. 이에 조조는 곧 있을 원소와의 전면전을 염두하며 잠시 고민했으나 끝내 그를 처형했다. 이는 곧 용맹함 만으로는 조조의 총애를 살 수 없음을 뜻한다. 또한, 이후 관우가 죽었을 때 조조가 '그대가 유비가 아니라 나와 같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탄식하면서도 동시에 '그대가 유비를 떠나 나에게 왔다면 나는 지금처럼 그대를 좋아하진 않았을 것이다'라는 모순적인 말을 했는데, 여기서 조조가 관우의 충심에 반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현대의 시선에서 보기엔, 조조 곁에도 하후돈, 조인 등 수많은 충신들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어쩌면 조조는 그 중 누구도 온전히 신뢰하지는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이 비단 조조만의 독특한 특성일까? 원소가 하북의 패권을 두고 공손찬과 대립하던 어느 날, 그에게 여포가 찾아왔다. 그는 이각과의 전투에서 패해 갈 곳을 잃었으며 원술에게 쫓겨난 상태였다. 천하의 호걸인 여포가 직접 찾아오자, 원소는 여포와 함께 당시 큰 골치거리였던 장연을 토벌하는 데 성공한다. 여포는 자신의 능력을 원소에게 유감없이 증명했으나, 원소는 결국 여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 원소가 여포를 활용해 공손찬군을 격파하고 천하를 휘어잡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다. 제 아무리 귀신이라 불리며 용맹을 떨치던 공손찬이라고는 하나, 여포에 비할 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소는 여포가 자신을 해칠 것이 두려웠고 결국 여포 암살을 시도했다.
물론 현대의 리더가 자신의 구성원에게 죽임을 당할까 걱정할 일은 없지만, (방임, 태만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배신에 대해서는 언제든 신경쓸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리더는 주변 환경의 동태를 살피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다 해야 하는데, 내부의 구성원이 언제 다른 마음을 품지는 않을까 신경 써야 하니 머리 아픈 날의 연속이다. (상위급 리더일 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고민거리 하나를 제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신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리더에겐 업무 역량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관우가 여포보다 용맹함이 부족했을지는 모르나, 조조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