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대한 위연의 노력과 고민
자리는 위연을 사람으로 만들었지만, 하후무는 사람으로 만들지 못했다.
회사에서 구성원 중 한 명을 선정하여 리더를 세울 때, 많은 경우 가장 경력이 오래되었거나 업무 성과가 가장 좋았던 사람을 선임한다. 그의 리더십 스킬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들지만 여기에 따라오는 마법 주문과도 같은 말이 있다. 바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이다. 비록 누구나 그렇듯 처음에는 서툴 수 있으나, 누구든 리더의 자리에 앉으면 점차 그에 걸맞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높은 연차나 실무자로서의 업무 성과가 리더십 역량을 보장하는 것은 않는다는 것은 많이들 인지하고 있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믿음은 여전히 굳건하다. 그렇다면 이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일까? 과연 '언제나' 자리가 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위연은 형주 남양군 출신으로, 유종이 조조에게 항복함으로써 조조군에 속하게 되었다가 유비가 형주를 장악할 때 유비군으로 투항한 인물이다. 그가 유비군에 처음 임관했을 때 어떤 기록에서는 병졸 신분이었다고 하고 어떤 기록에서는 지휘관이었다고 하는데, 그에게 큰 지휘를 맡기지 않았던 것을 보면 만약 지휘관이었다고 하더라도 낮은 계급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매번 자신의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점차 지위가 높아져서, 추후에는 유비가 그에게 한중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맡길 정도의 주요 지휘관이 된다. 이후 유비가 죽은 이후에도 위연은 크고 작은 전투에서 많은 전공을 세웠고, 특히 제갈량이 북벌을 진행할 때에는 제갈량이 가장 신뢰하는 지휘관 중 한 명이 되어 있었다. 이처럼 위연의 사례만 보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역시나 통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하후무는 위나라의 개국공신 중 한 명인 하후돈의 아들이자 조조의 사위였으며, 동시에 위나라 초대 황제인 조비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이었다. 조비가 황제가 된 이후 하후무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고, 결국 하후연의 뒤를 이어 관중지역을 총괄하며 촉나라를 전면에서 상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제갈량이 북벌을 시작할 때 그는 하후무는 갖은 병서를 통달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갖고 그를 상대한다. 그러나 하후무는 매번 제갈량의 계책에 당해 수차례 패했으며, 추후에는 일대 지역을 총괄하는 최상급 지휘관이자 적국의 부마임에도 제갈량이 아무 거리낌 없이 그를 풀어주는 굴욕적인 상황까지 겪게 된다. (심지어 제갈량은 강유를 봉황, 하후무를 오리에 비유하였다.) 결국 그는 지휘관으로서 성공적인 모습을 단 한차례도 보여주지 못한 채 도주하는 결말을 맞이한다. 결국 자리가 하후무는 사람으로 만들지 못했다.
결국 문제는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누구냐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연은 한중 방위를 맡기 전부터 좋은 지휘관이 될 자질이 보였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병졸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다른 병졸을 관리하고 리딩하는 일을 잘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점차 많은 군대를 지휘하게 되었을 때, 그의 휘하 군사들이 그의 관리를 받는 것을 기뻐했다고 한다. 비록 양의, 비의 등 주변 인물들과 다투는 일이 많았지만, 자신 휘하에 있는 병사들에게는 큰 신뢰를 받은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위연이라고 처음부터 대규모의 군대를 통솔하는 일을 잘 했을 리 없다. 그 역시 처음 대규모의 군단을 맡았을 때에는 서툰 지휘관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그는 명문가 출신도 아니었으며, 소위 말하는 '엘리트 교육'을 받았던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기록에는 없지만) 그는 병졸이던 때부터 꾸준히 주변 사람들을 더 잘 이끌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을 것이다. 물론 작은 병졸 집단을 관리하는 것과 대규모 군단을 지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지만, 사람을 이끄는 것을 고민하던 습관이 체화되어 빛을 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하후무는 그러한 고민을 했다는 기록도 없거니와, 어쩌면 굳이 할 필요도 없었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위연은 젊을 때부터 꾸준히 리더십에 대해 고민했고 하후무는 단순히 업무 관련 전공을 이수한 것이다. 누가 더 훌륭한 지도자가 될 지는 자명하다.
자리는 위연을 사람으로 만들었지만, 하후무는 사람으로 만들지 못했다. 다시 말해, 평소 준비되어 있던 사람에 한해서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리더의 행동에 똑같은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저 불평만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한다. 이 차이가 위연과 하후무를 가른다. 본인이 언젠가 리더가 되고 싶다면, 평소에도 늘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한, 새로운 리더를 선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평소에 그러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리더가 된 직후 당연히 서툴고 실수할 수 있지만, 위연 같은 리더라면 금방 스스로에 대해 검토하며 지속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