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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판 수경선생 Mar 19. 2024

다른 사람과의 불화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

원소와 공손찬을 중재한 동탁

다른 사람과 다투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없으며, 불화가 생겼다면 없애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인간의 마음이다.



다른 사람과의 불화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는 경우는 흔하게 발생한다. 한 번 보고 말 사이라면 괜찮을 수 있으나, 문제는 같은 학급에 있는 친구이거나, 업무적으로 자주 엮이는 동료처럼 좋으나 싫으나 자주 마주치는 사람일 경우다. 이런 사람들과는 가급적 척을 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사람 사는 일이 어찌 뜻하는 대로만 흘러가겠는가. 이전에도 또 앞으로도 자주 마주쳐야 할 사람과 감정의 골이 깊어졌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내가 그 사람을 대하는 것이 껄끄러운 것처럼 그 사람도 나를 대하는 것이 껄끄럽다는 것이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껄끄러워하는 짝사랑 같은 관계는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상대방의 성격이나 태도가 늘 당당하거나 그 사람이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가 있는 경우, 그 사람은 나를 대하는 것이 껄끄럽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둘 중 누가 더 껄끄러워하는지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이는 곧 다시 말해, 양자 모두 이 관계의 소원함과 감정의 골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매우 친근한 사이로 개선할 의지는 없더라도, 적어도 매번 마주칠 때마다 다투지 않는 정도로라도 바꿀 의향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삼국지에서 철전지 원수로 서로 으르렁대는 관계는 매우 많지만, 그 대표적인 관계 중 하나가 바로 원소와 공손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반동탁 동맹'의 일원으로 함께 한 적이 있으나 그 때에도 그렇게 호의적인 관계는 아니었으며, 그 외에는 매번 적대하는 사이였다. 원소가 자신의 기반 확대를 위해 황제로 추대하던 인물이었던 유우를 공손찬이 참했으며, 원소는 공손찬과의 약속을 어기고 기주를 독식했으며 그 과정에서 공손찬의 동생인 공손월이 원소에게 살해당하기까지 했다. 둘의 관계는 단순히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를 넘어 철천지 원수로 변했고, 서로를 제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싸우게 된다. 그러나 이 싸움은 점차 뚜렷한 성과 없이 장기화되었고, 이 때 동탁은 양측에게 화친을 제의했다. 원소와 공손찬 모두 이 화친 제의를 받아들였고, 이렇게 둘의 싸움이 일단락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화친 제의를 한 사람이 동탁이라는 것이다. 동탁은 원소와 공손찬이 과거 힘을 모아 토벌하고자 했던 인물이면서, 정치적으로도 동탁은 원소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었다. 친분이 있었던 조조나 유비 등의 제의였다면 납득이 될 수 있겠으나, 공식적으로 가장 큰 적이라 선언한 동탁의 제의를 쉽게 수락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의아하다. 이는 곧 원소와 공손찬 모두 사실 이 싸움을 이제 멈추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르게 보면 양측 모두 싸움을 멈추고 싶은 마음이 있었음에도 제 3자의 개입이 있기 전까지는 멈추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과 다투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없으며, 불화가 생겼다면 없애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인간의 마음이다. 다만,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 어렵거나 상대가 먼저 내민 손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불화가 유지(또는 악화)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위의 차이일 수도 있고, 자존심의 문제일 수도 있으며, 매우 다양하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제 3자의 개입일 수 있다. 원소는 공손찬과의 싸움을 멈추기 위해 동탁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굴욕을 감수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과의 불편환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싫다면, 제 3자를 끌어들여 이를 해결하는 것이 해결책일 수 있다. 또한, 자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불화가 있는 경우, 제 3자로서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할 명분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과거 고을에서 이웃끼리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고을의 원로가 개입하여 해결했던 것도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개입하는 사람이 정말로 제 3자가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한쪽에 더 가까워 실질적인 제 3자로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이 사람의 개입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원소와 공손찬의 싸움에서 조조나 유비가 개입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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