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망파를 앞둔 제갈량
신임 리더가 되는 것은 누구나 두렵다. 그 대단한 제갈량도 주유도 육손도 그랬다.
서점에 가보면 '리더십'을 키워드로 한 책이 정말 많으며, 그 중 상당수는 신임 리더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책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검색해보아도 신임 리더를 대상으로 하는 컨텐츠가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진급 또는 이직을 통해 리더의 자리에 오르길 원하지만, 막상 내 눈 앞에 닥치게 되면 두려운 게 사실이다. 과거에 만났던 리더의 모습을 떠올림과 동시에 내가 그들을 욕하던 모습도 떠오르며, 그 때의 나 자신을 나무라기도 한다. 이처럼 신임 리더가 되는 것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하는 이유는, 리더가 되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실무에서 시니어로서 주니어 레벨을 리딩해본 적은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 인사의 권한을 위임받는 리더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두려운 것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신임 리더가 될 때 가장 큰 두려움으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1. 팀원들에게 무시당하는 리더가 되면 어쩌지?
2. 윗사람(리더의 상사)이 리더로서의 나를 못마땅해하면 어쩌지?
이 두 가지 두려움에 대한 답변을 해줄 가장 좋은 사람이 있다. 바로 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인 제갈량이다.
제갈량이 유비군에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조는 하후돈을 선봉으로 세워 유비군을 공격하는데, 신임 리더인 제갈량에게 프로젝트가 할당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제갈량은 관우, 장비, 조운, 관평, 유봉 등 제장들에게 그들에 맞는 임무를 부여하고, 이 작전은 적중하여 적은 군세로 하후돈이 이끄는 대군을 패퇴시키는 데 성공한다. '박망파 전투'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 사건을 보면 신임 리더로서 제갈량의 면모를 잘 살펴볼 수 있다.
1. 팀원들에게 무시당하는 리더가 되면 어쩌지?
박망파 전투를 앞두고 제갈량이 작전일 지시할 때 유비군의 제장들은 그다지 순종적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제갈량이 와룡이라 불릴 만큼 식견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난 학자였다고는 하나, 당시 유비군에 속한 관우, 장비 등은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그런 베테랑들에게 제갈량은 그저 공부만 많이 하고 실전 경험은 없는 풋내기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 때 제갈량은 유비에게 그의 보검을 빌려달라고 하며 권위를 세운다. 이에 유비도 제갈량의 말이 곧 자신의 말이라며 힘을 실어준다. 이처럼 신임 리더에게 정말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리더십의 지지다. 적벽대전을 앞둔 주유도, 이릉전투를 앞둔 육손도 모두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의 말에 권위를 더했다. 많은 신임 리더들이 팀원들이 자신을 따르지 않을 상황에 대해 회식, 친목행위 등의 방법만을 고려한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리더십의 지지라는 것을 잊지 말자.
2. 윗사람이 리더로서의 나를 못마땅해하면 어쩌지?
제갈량이 유비군에 임관한 직후 나오는 사자성어가 바로 '수어지교'다. 물과 물고기 같은 관계라는 뜻으로 유비가 본인은 제갈량이 없으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만큼 유비와 제갈량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어 지냈다고 한다. 그 때 제갈량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 크게 두 가지를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천하삼분지계라는 자신의 비전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로드맵을 공유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유비는 비전과 계획을 논의한 적이 없어 여기에 큰 감명을 받았을 것이다. 리더는 조직을 위해 가진 자신의 비전과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를 자신의 상사에게 공유해야 한다. 물론, 자신의 계획에 대해 상사가 무조건 수용할 것을 기대하지는 말자. 제갈량도 유표와 유장의 세력을 흡수하자는 계획을 얘기했을 때 유비에게 거절당했다.
두 번째로 제갈량은 유비군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했을 것이다. 제갈량이 박망파 전투를 앞두고 작전을 지시할 때 그는 유비군 제장들의 특성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누가 화공을 하기에 적합한지, 누가 복병을 하기에 적합한지, 누가 적장을 도발하여 유인하기에 적합한지, 물자는 어떻게 보급할지 등 유비군의 특성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리더로서 팀원들의 특성을 간파하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 분장을 해냈다는 의미다. 신임 리더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팀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과업이 주어졌을 때 손쉽게 해결할 수 있고, 이는 곧 팀원 및 상사의 신뢰로 이어진다.
신임 리더가 되는 것은 누구나 두렵다. 그 대단한 제갈량도 주유도 육손도 그랬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을 삼자면, 신임 리더인 당신이 관우, 장비, 정보, 한당과 같은 고령의 베테랑을 지휘하게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