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에서 보여준 제갈량의 5단계 질책
제갈량은 명확한 원칙과 단계를 통해 잘못한 신하를 혼냈고, 이에 신하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구성원(이하 '구성원')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서 질책하는 것은 리더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 중 하나이다. 이러한 교정적 피드백을 통해 해당 구성원은 이후 행동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다시 말해, 잘못한 구성원을 혼내는 것은 조직 성과는 물론 개별 구성원들의 업무 역량까지 향상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행위이다. 그럼에도 많은 리더들이 구성원을 질책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혼나는 구성원 뿐 아니라 혼내는 리더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사는 것을 꺼리기 때문인데, 앞서 말했듯 그렇다고 혼내지 않는 것은 리더의 소임을 다 하지 않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꼭 혼내야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혼내야 할까?"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잘못한 구성원을 혼내는 것과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일화로 '읍참마속'을 꼽을 수 있다. 마속은 사마의가 이끄는 위나라 군대를 상대로 가정을 방어하는 명을 받았으나, 제갈량의 지시와 부관이었던 왕평의 조언을 무시하고 산 위에 진을 쳤다가 대패하고 만다. 이 패배의 여파로 제갈량의 북벌 원정이라는 국가 대형 프로젝트는 좌절되고 결국 촉나라는 전군 철수하게 된다. 그 이후로도 제갈량은 수차례 더 북벌을 단행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그 때의 북벌이 가장 성공적이었다 평가하기에 가정 전투 패배가 더욱 뼈아플 수 밖에 없다. 또한, 마속 개인적으로도 패배의 책임을 지고 처형당했음은 물론, 이 일로 인해 약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등산왕'이라는 치욕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마속이 이렇게 행동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을 알아야 한다. 그전까지 마속은 남만정벌 및 북벌초기에 제갈량의 오른팔로서 큰 활약을 해왔으나, 이후 큰 공을 세우지 못했고 군 내 다른 경쟁자들이 부상하면서 조급해졌다. 결국 큰 공을 세우고 싶어 조급해졌고, 제갈량이 지시한대로 단순히 가정을 지키기 보다는 위나라 군대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고 싶어 무리했던 것이다.
여기까지가 그 유명한 '읍참마속'의 일화다. 그런데 여기서 제갈량이 패장 마속을 대한 방법이 매우 흥미롭다. 우선 제갈량은 패배 소식을 듣자마자 위연, 조운, 강유 등 제장들에게 명을 내려 패배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이후 부관 왕평을 불러 당시 상황을 들었고, 그 이후에야 마속을 불렀다. 마속을 부른 후 제갈량이 던진 첫 마디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등의 질책이 아니라, '위나라 군대가 내가 말한대로 오지 않았더냐?'였다. 그리고 부관 왕평에게 들었던 내용을 마속에게 재차 물어 사실 확인을 했다. 모든 상황 파악이 끝난 이후에 마침내 제갈량의 불호령이 떨어지는데, 그 내용이 '어째서 패배했느냐?'가 아니라 '어째서 산 위에 진을 쳤느냐?'였다. 즉, 질책의 대상이 '패배'가 아니라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아끼던 마속을 참했다.
정리하자면, 제갈량이 질책한 단계는 아래와 같다:
1. 상황 수습을 먼저 한다. 질책은 그 다음이다.
2. 관련 사람들을 통해 상황을 듣는다.
3. 당사자에게 다시 한 번 상황을 듣는다.
4. 결과가 아닌 행동에 대해 질책한다.
5. 아무리 아끼는 사람이라도 확실하게 합당한 벌을 내린다.
마속 사례 외 다른 사례들을 보아도, 제갈량은 부하 제장들을 혼낼 때 매번 동일한 방법으로 했다.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구성원을 혼내는 것이 부담스러운가? 혼난 구성원 또는 다른 구성원들 사이에서 불만이나 불화가 생길까 두려운가? 약 2,000년 전 촉나라라고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제갈량은 명확한 원칙과 단계에 따라 잘못한 신하를 혼냈고, 이에 신하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물론 남몰래 불만을 품은 사람이 있었을 수는 있으나, 적어도 이를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없었다.) 구성원이 잘못을 저지른 경우 감정을 추스르고 제갈량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지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