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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판 수경선생 Feb 22. 2024

리더가 잘못된 결정을 할 때

전풍은 왜 바른 말을 한 죄로 처형당했는가

이 차이는 단순히 피해를 최소화한 것에 더해, 추후 자신에 대한 리더의 대우에도 큰 차이를 만든다.



한 사람이 리더의 행동 방식에 불만이 많다. 분명 진행하기 전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열심히 반대했지만 강행했고 결국 예상했던 문제 상황이 그대로 발생했다. 자신이 예견했던 문제 상황이 그대로 발생하여 '봐, 내 말대로 되었지?'라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리더를 쳐다보았지만, 리더는 자신의 혜안에 감탄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수습해야 한다며 자신을 달달 볶았다. 이럴 수가. 자신의 리더는 우매했을 뿐 아니라 뻔뻔하기까지 했다. 여기서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의 지인에게 리더를 잘못 만났음을 한탄하는 것 뿐이었다.


물론 결정의 책임이 리더에게 있는 것은 맞지만, 리더도 사람이고 때론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특히, 더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다보니, 잘못될 경우 문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행해야 할 때가 있다. '성즉군왕 패즉역적(역성혁명에 성공하면 혁명으로 포장되고, 실패하면 반란으로 매도된다는 뜻)'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처럼 리더가 잘못된 길고 가고 있을 때, 구성원의 입장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소임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리더는 왜 이후 나의 통찰력에 감탄하지 않는 것인가?


전풍은 원소에게 수 차례 옳은 의견을 제시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자신의 책략이 받아들여진 적도 많지만 반려당했던 것이 더 유명하다.) 특히, 헌제를 옹립해야 한다는 의견, 장수나 유비를 공격하고 있던 조조의 배후를 공격해야 한다는 의견, 조조와의 정면승부를 피하고 게릴라 공격을 위주로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의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의견들이 묵살되었을 때 전풍은 무엇을 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답답해하며 같은 의견을 계속해서 피력했을 뿐이다. 그러다 결국 감옥에 갇혔으며 추후에는 처형당했다. 물론 전풍의 처형에는 봉기의 참언이 한몫했으나, 이는 원소의 결심을 확고히 했을 뿐 그렇지 않았더라도 처형은 정해진 수순이었을 것이다. (전풍은 봉기의 참언이 있기 전부터 자신이 죽을 운명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리더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조언하는 것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유비가 신야성을 버리고 강릉으로 이주할 때 많은 백성들이 그 뒤를 따랐다. 제갈량은 몇 차례고 백성을 버리고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유비는 듣지 않았다. 결국 장판파에 도달했을 때 제갈량은 유비를 설득하는 것을 멈추고, 곧 다가올 조조군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제장들을 불러 임무를 하달한다. 결국 예상대로 조조 군의 습격으로 큰 피해를 입고 유비의 아내가 죽는 일까지 발생했으나, 제갈량이 대비한 덕분에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고 강하 군으로 퇴각할 수 있었다.


다른 예시를 보자. 조조가 한중을 장악했을 때, 유엽은 조조에게 이 기세를 이어 유비가 있는 익주 지역을 공략해야 하며 이 기회를 놓치면 싸움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간언했다. 하지만 조조는 이를 묵살했고 수도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유엽은 계속해서 즉시 익주를 공격할 것을 주장했지만 계속 묵살당할 뿐이었다. 이 때 사마의는 유엽과 같은 의견이었으나, 조조가 뜻을 굽히지 않자 설득을 포기하고 추후 이곳에서 유비 군과 싸울 때를 대비하여 군사와 물자를 정비했다. 결국 유엽과 사마의의 예상대로, 이후에 군을 정비한 유비 군과 한중 근방에서 전투를 벌이게 되었고, 결국 유비 군에 패배하여 한중 근방을 유비에게 내어줌은 물론 하후연을 잃게 된다. 일전에 사마의가 준비했던 군사나 물자 등은 패배를 막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더 큰 피해를 줄이는 역할은 했다고 볼 수 있다.


전풍과 유엽은 리더가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자 계속해서 같은 조언을 반복할 뿐이었다. 반면, 제갈량과 사마의는 자신의 조언이 채택되지 않자, 추후 있을 문제 상황에 대비해 방비책을 마련해 놓았다. 제갈량이나 사마의라고 '그러게 내 말 좀 듣지.'라는 생각을 안했을까? 하지만 리더의 결정을 존중하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 이 차이는 단순히 피해를 최소화한 것에 더해, 추후 자신에 대한 리더의 대우에도 큰 차이를 만든다. 제갈량은 유비 군 내 가장 신임받는 책사가 되었고, 사마의 역시 조조 군 내에서 입지를 굳건히 할 수 있었다. (당시 조조는 사마의에게 한직만을 주고 큰 공을 세울 기회를 주지 않고 있던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반면, 전풍은 투옥되었다가 처형당했고, 유엽은 중용받지 못함은 물론 '매사에 불만인 사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리더가 다가올 폭풍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가? 또는, 폭풍이 올 것을 얘기했음에도 요지부동인가? 그렇다면 계속해서 같은 조언을 반복하기만 하지 말고, 다가올 폭풍에 대비해 놓아라. 폭풍이 지나간 후 리더는 당신을 다르게 볼 것이고, 이후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당신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수 있다. '맨날 내 의견에 태클 거는 사람'이 되느냐 '통찰력 있는 사람'이 되느냐는 한 끗 차이다. 물론 단순히 원소나 조조가 소인배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명심해라. 세상에는 대인배보다 소인배가 훨씬 많고, 당신의 리더가 대인배이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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