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도리 서가를 소개합니다
오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톡으로 연락을 하면 대부분 공모전이나 자격증, 혹은 학교 일로 인해 바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시리다. 나도 그렇게까지 바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구들은 점점 사회의 입김에 의해 차갑고 냉랭해져 갔다. 가장 친하게 연락하는 친구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로서 대학교 때 만난 친구는 언젠가는 다 멀어질 운명이라고 들었다고 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친하고 계속 연을 이어나가고 싶은 사람들은 우리가 노력해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특히 대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우리는 취업과 사회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한다. 대학교 1학년 때는 고등학생 티를 얼마 못 벗은 고등학교 4학년 같은 느낌이지만 대학교 2학년이 되면 취준생의 준비단계라도 되는지 초반에 과제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아마 이건 사회에 나갔을 때의 빠른 속도에 적응하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나는 겁을 먹었고, 내 친구는 죽어 나가는 중이다. 나는 가끔 친구들의 무심한 태도에 섭섭하더라도 그들이 바쁜 건 정상이기에 이해한다.
다만 그럴 때마다 더 이상 내가 중학생, 고등학생도 아니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실감한다, 즉, 내가 성인이고 곧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치를 증명해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서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마냥 해맑게 원하는 미래를 그리기에는 현실을 맛봐버린 상태다. 그렇다고 내 꿈을 포기할 마음도 없는 슬픈 현실에 나는 그저 내 롤모델 중 한 명이 '소유흑향-노경원'처럼 원하는 일들을 하면서 그것들이 자연스레 현실적인 도움이 되게 할 생각이다. 컴퓨터 활용 자격증은 사실 흔한 자격증으로 대부분이 따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이 자격증을 따려고 하는 이유는 내가 진심으로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쓰이기까지 한다는 건 나중일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내가 채워가는 것들이 나도 모르게 도움이 되면 그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분산모드로 생활하기보다는 한 가지에 몰두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돈도 2배로 낼 생각에 부담스러워서 한 가지 전공에 집중하고 관심 있는 전공은 관련 자격증만 따놓기로 했다.
미래에 대한 가장 불확실한 꿈이지만 언제나 나를 미소 짓게 할 꿈이 하나 생겼다면, 그건 나중에 본업으로 많이 벌어둔 돈으로 '북카페'를 차리는 것이다. 유통도 돕고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싶어 졌고, 카페 운영 방법도 알고 싶어졌다. 본업은 영어영문학과와 관련 있는 직업을 선택하지 싶다. 지금으로서는 부업으로 작가, 영어과외, 강사, 그리고 목표는 다중언어구사자로 정해두었다. 본업은 조금 더 신중해야 할 것 같다. 대학원까지 가면 돈이 엄청 많이 들 것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에 나중에 가서 더 생각해 볼 것이다. 그래도 미리 알아놓으면 대비할 수 있을 테니 돈을 지금부터라도 아껴야겠다. 예전에 말했듯이 나는 내 20대를 편하게 보낼 생각이 없다. 대가 없이 오는 건 없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을 몰아붙이거나 자책으로 인해 마른 가지처럼 말라버리게 할 생각도 없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목표랑 멀어짐을 깨달았으니까.
가장 1순위는 '나 자신 사랑하기', 2순위는 모든 것의 중심에 '나'를 가져다 놓기다. 이제 엄마의 스케이프 고트에서 벗어나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홀로서기를 슬슬 해나가는 성인으로 성장하고 싶기에. 그래도 가끔은 과거를 회상하고 싶을 때, 내 마음속에 여유를 한 칸 두고 싶을 때가 생길 것 같아서 나만의 책장을 집에 만들어 두었다. 딱 저만큼이라도 좋으니 잠시 불안과 긴장을 놓고 여유로 가득 채우라고. 해이해질 때마다 저 책장 속의 책들을 꺼내 읽으며 초심을 되찾는, 도돌이표의 마침표를 찍어줄 매개체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미래의 내 북카페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꿈을 향해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이 책장에는 내가 쓴 책, 내가 좋아하는 책, 내가 산 책 등이 꽂혀 있다. 이른바 '여유로운 몽도리 서가'다. 서가를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나중에는 저 책들이 내 북카페에 들어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