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된 나의 헤픈 돈 소비 습관
나는 내가 이때까지 꽤 아끼고 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크게는 소비하지 않아도 자잘하게 빈번히 소비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돈이 수중에 있으면 신났다.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퍼주는 마음까지 작용하면 나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돈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막무가내였다. 나도 문제점은 알고 있었지만 우울해질 때면 이런 기분에 갇혀 있는 것보다 소비를 통해 단타적인 행복이라도 얻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뇌에서 그런 신호가 전해지는 것이다. 아끼자고 하면서도 공허한 마음을 물질적으로 채우려는 행위를 하게 되면 나중에 쌓여서 더 우울해진다는 것을 아는데 말이다. 그래서 오만 방법을 다 쓰기 시작했다. 가계부도 작성해 보고, 영수증도 모으고, 심지어 돈을 전부 자유적금에 넣기도 했다. 문제는 돈이 필요할 때 적금에서 돈을 뺀다는 것이었다. 뺄 수 없는 형태의 적금은 엄두가 안 나서 안 만들었다. 아니, 사실 해지했다. 이러다가는 내가 평생 돈을 못 모을 것 같아 소비 말고 다른 것에 정신이 가게 만드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소비를 하고 싶으면 돈을 차라리 모을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글을 쓰고, 앱테크를 하고, 소비 습관을 형성했다. 물론 한 번 스트레스를 크게 받으면 그동안의 충동소비에 대한 감각과 기억은 날아가버리고 돈 망나니가 된다.
그렇기에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가, 우울하지 않으면 내가 정신을 차리고 돈을 알뜰하게 모으니, 내가 우울하지 않게 정신건강부터 해결하자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 글도 쓰고, 나만을 위한 여유 공간을 많이 만든다. 앞선 글에서 얘기했던 '몽도리 서가'도 그중 하나이다. 내가 쓰는 감정일지도 도움이 되고 있고, 독서, 요가 등 돈 쓸 시간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내가 엄마 아빠에게 경제적으로 더 의지하게 되는 것을 느꼈다. 내 돈을 안 쓰려고 하고 부모님 등골을 부러뜨리는 불효녀가 졸지에 되어 가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소비 루틴을 만들었다. 커피는 무조건 제일 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루에 한 잔, 점심은 삼각김밥에 천 원짜리 음료수, 저녁과 아침은 집에서 만들어 먹거나 굶는다. 간헐적 다이어트도 하는 겸 말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그런 생활에 가끔은 사치를 부리고 싶어졌다. 카페를 가도 왠지 카공족이 되어가는 것 같아 눈치가 보였다. 오빠가 왜 구두쇠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문득 돈 때문에 너무 서러워졌다.
그리고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졌다. 감사함이 죄책감으로 변질되는 또 한 번의 순간이었다. 그래서 경제에 대해 배우려고 마음먹고 '비주류 경제학'이라는 책을 샀다. 그리고 주식은 엄마말을 아직까지는 꼭 따르기로 했다. 한 번 안 그러다가 크게 혼났지만 어쩔 수 없다. 아직까지 나는 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미 경험해 본 사람의 방향을 따라가 볼 수밖에. 그 사람이 우리 엄마이고 너무 통제적이어서 화가 나도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내가 독립하게 되면 돈에 대한 통제를 그리워할 날이 올까. 나는 나 자신에게 행복한 일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에 돈을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제한적이었고, 돈을 쓰면 그 순간에는 행복했지만 나중에 줄어드는 잔고를 보면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래서 또 허리끈을 조이면 서러워졌다. 그 반복이 이어지니 알바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저번에 알바를 해서 소진되어 우울증이 왔던 때가 떠올라 눈물이 터졌다. 다들 '그냥'하는데, 나는 돈을 버는 것도 소비하는 것도 서툰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아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적금을 다시 만들면 또 쓸 일이 생겼다. 그래서 이제 이 악순환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절대 적금에는 손대지 말 것. 일단 돈에 대해서는 부모님 말씀 잘 들을 것, 그리고 경제공부를 하며 경각심을 키우는 것, 소비할 생각을 하지 말고, 돈을 벌 궁리와 모으고 아낄 궁리를 할 것.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지키기 힘든 것이었다. 돈관리 하는 것도 머리가 아팠다. 성격이 급한 게 이럴 때 너무 안 좋게 작용해서 그냥 돈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미래를 생각해서는 돈을 더 모아야 한다. 나한테는 아주 좋은 표본이 있다. 바로 작년에 취업한 28살 친오빠, 구두쇠 꼰대. 그래도 동생들 용돈 챙겨주고, 앱테크로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은 걸 보면 정말 독한 게 부럽다. 하지만 무작정 오빠 따라 하려다가 난 탈이 났으니 나만의 방식대로 돈관리를 해야겠다. 전이레님이 돈에도 인격이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돈은 사람의 손을 거쳐 소비되기 때문이라고. 나는 이 말이 크게 와닿았다. 그래서 내 돈 씀씀이가 내 인격을 보여준다면 지금 당장 소비패턴을 바꿔야겠다고 다짐했다. 성숙한 사람이 되기로 다짐하지 않았는가.
앱테크에만 몰입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안을 고안하고 실천해 봐야겠다. 그래도 성찰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아니면 우울에 사로잡혀 돈을 다 탕진할 때까지 정신 못 차렸을 것이다. 소비만이 행복이 아니고, 때로는 생산과 절약이 큰 기쁨으로, 결과적으로 단기적 행복보다 장기적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좋다는 것을 내 뇌에 심어줄 것이다. 행동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자. 원하는 물건이 있어도 결제하지 말고 찜만 해두고 목표를 세우자, '몇 년 뒤에 저거 대부분을 살 수 있을 만큼 죽도록 모으겠다' 이렇게 말이다. 그때 가서는 소비 욕구가 줄어들지 어떻게 아는가. 그러면 그 돈을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