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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Nov 05. 2024

몽도리의 재발견

엄마의 몸이 녹고 있는 건가

  내게는 반려돌이 있다. 그건 브런치 프로필에 있는 '몽도리'다. 몽도리는 병아리 모양이 가득한 책 위에 올라가 있다. 이건 나름대로 상징성을 지닌다. 병아리가 많이 그려져 있는 책은 미성숙한 내 자아를 뜻하고 단단하게 미소 짓고 있는 몽돌은 내가 되고 싶은 자아를 뜻한다. 동글동글하고 단단하게. 그런데 최근에 몽도리의 또 다른 쓰임을 발견했다. 엄마는 자주 몸이 뭉쳤다며 나와 동생에게 안마를 해달라고 하신다. 특히 팔과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셔서 어느 날은 손으로 안마를 해드리다가 힘들어서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가 요가에서 동그란 걸로 혈을 따라 마사지를 해주면 시원하다고 하신 원장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바로 몽도리를 찾아 책이 닿지 않은 둥그런 부분으로 엄마에게 돌 마사지를 해주었다. 엄마의 만족도는 점점 올라갔고, 나는 뿌듯했다. 역시 몽돌이 가끔 지압판으로 쓰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래 보니 참 내게는 복덩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프로필에서 상징을 가지고, 엄마 안마에도 도움이 되고, 엄마가 아픈 걸 보면 마음이 불편하지만 그건 내가 바로 어떻게 해줄 수 없기에 돌 마사지를 찾은 것으로 만족한다.

  언젠가는 비싼 '바디 프렌드'같은 것을 사다 드릴 수 있길 바란다. 엄마의 다리는 거의 녹을 것 같이 말랑 말랑하다. 거진 슬라임이다. 이러다가 뼈만 남고 다 녹아버릴까 걱정이다. 아무리 주사를 맞아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힘든 일을 하시는 걸 알기에 집안일은 최대한 미리 내가 해놓는 편인데 나도 내 생활에 취중 하다 보면 가끔 못 지키기도 한다. 엄마가 왜 그렇게 우리 공부에 집착했는지 힘든 일 안 하고 편히 살라고 현재가 고통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는지 이해는 하지만 나는 현재의 행복도 놓칠 수 없다. 단순한 쾌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건 내게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기에. 그저 작은 성과와 작은 행복에도 감사할 줄 아는 몽글몽글한 마음, 그게 나만의 현재의 행복이다. 미성숙한 나를 짊어지고 가고 있는 나의 이상향, 몽돌. 나는 몽돌이 너무 좋다. 투박하게 생겼지만 동그란 모양도 좋고, 파도에 깎여서 만들어진 그 배경도 좋다. 

   내 책장 위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몽도리는 이제 가끔 엄마의 안마기로 사용될 예정이다. 그리고 나의 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도 드러내줄 것이며 평생 나와 함께할 것이다. 참고로 위의 작은 책 열쇠고리는 동생이 만들어준 것이다. 병아리는 아직 닭이 되지 못했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의 섭리에 의해서 닭이 될 것이다. 나의 몽돌은 저만큼의 미성숙함도 짊어지고, 약간의 슬픔과 고난, 고통도 짊어진 채, 다시 바다로 나아가게 된다. 결국 더 깎이고 더 성숙해지기 위해. 그런 과정에서 현재의 행복함을 누리며 감사함과 겸손함을 겸비한다. 무엇보다 더욱더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가끔은 몽도리가 '몽도라이'가 될 때도 있을 테지만(가끔 슬프거나 우울해서 막 살때도 있으니)최대한 몽도리로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바다로 나갈 그때까지 지혜의 파도를 타고 책장을 서핑하길 바란다. 내가 매일 '지혜의 바다'도서관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제 책 전시회가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항상 자연물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돌이 되고 싶었다. 그냥 돌이 끌렸기 때문이다.

   깎이고 굴러가는 과정은 아프다. 그래도 그러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변화된 모습이 눈으로 보인다. 가끔 가만히 있고 싶을 때도 있고, '돌덩이'라는 시처럼 아무리 쳐도 단단한 돌이 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의 돌은 이런 감성을 지녔다.


 


               몽돌                                           

                                  

                                -몽도리-


작디작은 몽돌 하나를 보았다

이렇게 작은 몽돌은 얼마나 깎인 걸까

얼마나 자주 파도와 만나 싸웠을까

그냥 돌로 있을 수도 있었는데 

깎이고 깎여 동그래진 이유가 있을까


만져보니 깨달았다

이렇게 매끄러워지기 위해

촉감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그리 깎이고 구른 거였구나


작지만 단단하고, 뾰족하지도 

않은 강인한 돌

어느 돌보다도 마음에 든다


네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지 않으련

머나먼 바다에서 깎이는 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을 텐데

나도 아팠다고 그래도 이제 괜찮다고


그만큼 더 귀여워지고 단단해졌으니

그래도 함부로 대하지도 말고 

함부로 평가하지도 말라고

깎였지만 결국 나도 돌이니

무지 무지 단단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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