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많이 자라야 하는 나 자신이 답답할 때
이미 성공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오지도 않을 내 미래를 꿈꾸며, 하염없이 대학발표를 기다리며, 심각한 예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원치 않는다고 해서 느끼지 않을 순 없었다. 여전히 과거의 인연들이 그리웠고, 새로운 시작이 겁도 났다. 엄마는 내가 이때까지 계속 포기만 해왔다고 하는데 그날따라 엄마의 말이 너무 아팠다. 사실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오랜만에 눈물이 났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하고 싶은 영어 과외는 요구되는 자격증과 학력이 필요했고, 그냥 용돈으로 받는 듯한 동생 과외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오빠는 자존감이 깎이는 소리를 듣기 싫으면 알아서 돈벌이를 하고 독립을 하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엄마 아빠네 집에서 살면서 내가 그 정도 소리도 감당하지 않는 건 도둑놈 심보다. 하지만 부모님은 너무 맞는 말만 하기에 더 아프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한 번 더 아프게 말하면 가슴을 후벼 파는 느낌이다. 그래서 홀로서기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면서도 당장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당장 과외를 하려고 해도 필요한 게 너무 많았다. 다른 알바를 하기엔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쿠팡 물류센터 알바였다. 공장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알바에 대한 두려움은 커졌지만 현실에 대해 깨닫게 해 준 것이 그 알바이기도했기에 감사하기도 하다.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기로 하고 자격증을 하나 둘 따며 책도 집필하고 있지만 멀티는 내게 너무 힘들어서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기로 했다. 부산 광안리의 불꽃축제도 보러 가고 사진도 많이 찍으며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다시 월요일이 오면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을 하는 나름 균형 잡힌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도 요즘은 뭔가 허전하다. 공허하다고 해야 할까나. 그 공허함이 어디서 나오는진 잘 모르겠다. 아마 내가 살고 싶은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대학발표전에 불안의 형태로 나타났음이 분명하다. 최하향 하나를 붙고 나머지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 솔직히 두렵다. 또다시 대학교 2학년을 맞이했을 때, 그때와 같은 기분이 들면 어쩌나, 우울증이 다시 재발하면 어쩌나 등 일어나지 않을 일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 미래는 현재보다 내가 추구하는 것들과 더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결국 답을 안다. 과정주의자로서 나는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과 그리 해야 한다는 것을.
욕심이 많은 건 좋지만 그러므로 인해 현재를 놓치면 안 된다. 내 중심을 어느 때보다 단단히 잡아야 할 때다. 쉽게 상처받고 뾰족해지는 극단적인 성격을 고치려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은 폭발할 때가 있다. 이미 내 결점임을 알고 있는데 누군가 그걸 건드리면 어쩔 줄 모르며 감정적으로 변해버린다. 나의 미숙함이 터져 나오는 그때, 나는 아빠에게 화를 냈다. 알고 있는데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말하냐고 따지다가 내 미숙함에 스스로 실망하고 말았다. 나중에 아빠한테 노력하고 있으니 너무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 가족이라 해주는 말인 걸 잘 안다. 하지만 가족이기에 더 아프다. 모순 덩어리인 세상 속에서 조급함은 눈물을 부른다. 엄마는 누가 감정을 더 잘 숨기고 참는지의 싸움이 인생이라고 했다. 아니라고 했다고 장장 한 시간 동안의 연설을 들은 듯했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엄마의 태도가 더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인생의 전체에서 바라보았을 때, 과연 그냥 더 잘 참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인생일까?
애초에 경쟁과 비교가 난무하는 게임이 인생이 맞는가. 인생은 절대평가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걸 나는 보았다. 내가 해외로 가고 싶은 것은 단순한 현실도피가 아닌 해보고 싶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윤하 콘서트 티켓팅에 성공해 공연을 보러 가고 싶은 것과도 같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 정말 원하는 건데 부모님은 이모부 할아버지가 전화를 걸었을 때,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호주의 이모 집으로 못 보낸다고 하셨다. 걱정되시는 게 당연하다. 그동안 내가 우울로 인해 벌인 전적들이 있으니. 하지만 단순히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더 단단해지면 해외라는 새로운 도전도 잘 해내고 싶다. 그러려면 단단해져야 한다. 좀 빨리 깎이고 싶은 돌이 되어 버렸다.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산산조각이 날 수 있으니 조급함은 금물이다. 나도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돈을 차근차근 모으고 난 후에 시작해 볼 생각이다. 웃기다, 싫은 소리는 듣기 싫으면서 돈은 벌고 싶어한다. 내가 좀 이기적인 건 알고 있어서 고치려 노력중이다.
그 과정 자체를 즐기며 매일 설렘 속에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힘든 일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난 도망치는 삶을 살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다 하고 죽을 것이다. 짧은 삶이기도 하지만 길기도 하니, 내가 쓰기에 나름이니 한 번 해보고 싶다. 나만의 인생 설계와 삶 자체를 예쁘게 꾸며나가고 싶다. 가끔은 조급함과 불안함에 의해 눈물바다가 되기도 하는 작은 삶이지만 다 내게 필요한 것들이겠지. 고쳐야 하는 것들은 조언으로 받아들여 제발 고칠 수 있기를 마냥 아니꼽게 듣지 않기를 내가 노력하고 있으니 제발 연습이 되기를. 기질을 고치려는 게 아니라 성품을 다듬고 있으니 제발 용기와 힘을 받을 수 있길. 10년 정도에 걸쳐 참다운 사람이 되기로 했지만 마음이 조급해져서 5년으로 축소시키고 싶다. 차근차근 가는 게 답인 걸 알지만 윤하의 로켓방정식의 저주에 나오는 가사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계획 없는 노력을 그냥 내 로켓에 실어버리고 싶다. 미칠 노릇이다. 이렇게 되면 또 과거 자책으로 이어지니. 그냥 묵묵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갈 수밖에. 조급해하지 말고 우울해하지 말자. 이제는 일어날 힘이 생겼으니 훗날 다시 우울이 찾아오면 그때는 이때보다 더 유연하게 넘길 수 있기를.
평생 관리할 테니, 사라져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내가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되길, 바라고 또 바란다. 단단해지는 건 어렵지만 꼭 원하는 것이라 포기할 수 없다. 나는 다 필요 없으니 성숙한 사람이 되길 바랄 뿐이다. 세상을 살아갈 때 마음의 여유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유는 비좁은 삶의 틈에 공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 여유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시간, 복식호흡,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하지만 내 나이는 그러기 어려울 것 같다. 도전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불안과 고통은 따르기 마련이다. 당연하지만 슬픈 현실이다. 부모님은 점점 나이를 드시며 몸도 마음도 약해져 간다.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불안하다.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기도 버거운 내가 빨리 독립을 해야 부모님을 자유롭게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 이 넓은 세상에 내가 발 디딜 곳 하나 있겠지. 힘들어도 내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맑은 영혼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내가 어떤 나이이든 내가 추구하는 것을 포기하기엔 항상 이르다는 걸 마음속에 박아두며 오늘도 나는 걸어 나간다. 이제는 현실성 두 스푼을 추가하여 꿈을 현실화시켜보자, 무모해도 도전해 보고 신중하게 생각하되, 결정한 것은 해보고 후회하자, 부모님이 뭐라 해도 내 인생이니 그 대가도 내가 감당해 보자, 사실 무서울 건 없다. 죽는 것보다 더한 게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냥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가끔씩 과거가 올라와 내 눈물샘을 건드리면 나는 선물인 현재에게 도와달라고 말할 것이다. present, help me and give some presents.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되면 감사하며 또 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