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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Nov 18. 2024

다른 처지, 같은 마음

오빠는 그날의 눈물을 기억하지 못한다

  오빠가 전화를 받지 않자, 엄마와 아빠는 걱정하시며 짜증을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빠가 주말 새벽에 아빠에게 전화를 걸고선 하염없이 울었기 때문이다. 전해 듣기론 오빠는 자신의 회사에는 비전이 없는데 곧 이전할 때 따라가기 싫다고 이직준비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직을 하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필요했고 오빠에게도 아직 부족한 것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엄마는 뒤늦게 이제 와서 공부 열심히 하려 한다고, 처음부터 좋은 대학에 갔어야 했다고 똑같은 얘기를 또 늘어놓으셨다. 아직까지도 엄마는 좋은 대학이 좋은 인생이라고 믿고 계신다. 오빠는 생각이 많아졌고 힘들어했다. 그러다 아빠가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병가를 안 내고 일하러 간다는 나의 말에 아무 말이 없다가 그 새벽에 자신의 힘듦을 토로하며 아빠한테 병가를 내면 안 되냐고 한 것이다. 오빠가 그렇게 대성통곡한 것은 처음이라고 엄마가 그랬다. 오빠는 나처럼 아빠의 늑골이 부러진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앞으로의 미래가 막막한데, 부모님께는 기대기 싫은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앞으로 들어가야 할 돈은 많고, 대학원도 가보고 싶고 새로운 자격증도 따서 더 나은 회사로 가고 싶은데 현실은 이러니 막막한 것이다. 오빠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면서 나는 그 나이가 되기 싫다는 마음이다. 오빠가 맨날 나만 보면 편입해라, 자격증 따라 잔소리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직을 하려면, 좋은 회사에 가려면 학벌도 중요하지만 자격증도 중요하다. 나는 이런 오빠의 모습을 보며 자격증 헌터가 되기로 결심했다. 면허도 그중 하나인데 차를 몰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다만 나중에 스펙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나는 아빠도, 오빠도 도울 수 없다. 다른 처지에다가 내 삶을 잘 살아내는 것도 어렵고, 정말 내가 해 줄 수 있게 없기 때문이다. 그 둘은 나보다 나이가 많다. 나는 삶의 힘듦과 고단함을 이렇게 가족을 통해 미리 배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 점점 나 자신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사라지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잔인하다. 피할 수 없는 사실이어도 나는 내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게 노력이 맞는지 의문이다. 대학 졸업하고 취직했길래 오빠는 이제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고, 엄마도 그러니까 나 보고도 빨리 취직하라고 했다. 

   하지만 졸업과 취직이 끝이 아니었고, 승진과 이직도 남아있는 세상이었다. 끝이 없다. 임금 동결이 될 위기에 처한 오빠는 궁지에 몰렸고,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나도 빨리 취직하고 싶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있었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던가 물론 삶 자체가 힘든 것이라는 게 모순이긴 하지만 이겨내며 단단해진 자신을 사랑하며 행복을 얻는 것이라 생각하던 나는 꽐라가 되어 온종일 술을 마시며 엉엉 울며 부모님께 전화하는 오빠의 아이 같은 모습을 처음 보았다. 우리 오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냉철하고 현실적인 오빠는 앞만 보고 달렸다.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며 지금까지 나름 잘해왔다. 그런데 엄마는 이번에 오빠의 전화를 옆에서 듣고 전화를 받아 오빠와 한참 상의하더니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었다. 

"일평생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제발 신경 좀 쓰지 말라더니, 상의는 매번 하면서 나... 참. 내가 거기서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나도 모르는데, 가르쳐줄 수가 없는데."

  안타까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나는 더욱더 나이를 먹기 싫어졌다. 오빠는 그래도 무너질 사람이 아니어서 오늘은 울어도 내일은 잊어버릴 사람이다. 아마 자신이 술 먹고 울었다는 것도 기억 못 할 것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오빠도 안정적인 생활을 다시 살게 될 것이고, 부모님도 편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적어도 나는 마음이 평온해서 나름 말썽 안 피우고 있지만 나도 아빠의 늑골이 부러졌을 때 계속 울었었다. 엄마는 아빠보고 나이 들어서 자식들 걱정시킨다고 나무랐지만 그게 아빠 탓은 아니고 그래도 봐주지 않는 회사 탓이라 생각한다. 물론 회사도 입장이 있어서 아빠한테 그냥 일하라고 하는 것이겠지. 아빠는 잘리기 싫어서 계속 나가지만 걱정이 너무 된다. 오빠도 병가를 내라고 한 마당에 아빠는 그럴 수 없다며 오늘도 나가셨다. 이럴 때는 돈이 없는 게 서럽다. 나는 아무 힘도 되어주지 못하니. 미래에 나도 오빠 같은 고민을 하게 되겠지. 다른 처지지만 남매로서 느끼는 게 비슷하다. 그게 가족인 것 같다. 오빠가 내려오기를 바랐지만 바빠진 회사 때문에 야근도 하게 된 오빠는 또다시 위기를 맞이했고, 나는 이를 바라보면서 또 한 번 현실의 씁쓸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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