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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Nov 27. 2024

각자의 파도를 헤치며...

힘이 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서른을 향해 달려가는 오빠는 인생의 고비 중 하나를 경험하고 있는 듯하다. 감정적으로 변한 오빠는 이제 내 톡에 간단한 답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 삼 남매는 꽤 사이가 좋은 편이어서 나는 오빠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나이가 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오빠의 인생이어서 그 고비는 오빠만이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빠가 막 취직했을 때는 가장 큰 고비를 넘긴 것에 대해 너무 부러워했는데 그게 끝이 아닌 듯하다. 이직, 승진 등 오빠는 또 다른 고난을 마주했다. 

  오빠도 모든 걸 다시 새로 시작하고 싶어 하는 리셋 증후군이 도진 것일까. 우울하다는 감정을 한 번에 폭발시키듯 술 먹고 울면서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전화를 받지 않아 엄마를 엄청 걱정시켰다. 나는 힘내라는 카톡과 함께 핫팩 30개를 보내주었다. 물론 실용적으로 쓰라는 의미보다는 그냥 빨리 열기를 받아서 정신 차리라는 메세지가 더 크다. 그렇게 독하고 얄미운 엄마 아들이 무너지는 걸 보니 나도 다 허무해진다. 아는 나의 지인 '바다언니'는 갓 취업해서 교육을 받느라 아주 바쁘다.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 까다. 오빠도 점점 가족이랑 멀어지는 것만 같다. 씁쓸해도 상관없다. 근데 다시 취준생이 되는 건 끔찍할 듯하다. 내가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세상이 지금 부정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경찰이 되고 싶었던 오빠는 나와 내 동생에게 들어갈 돈 때문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포기하고 그냥저냥 적당한 회사에 입사했다. 

   오빠가 경찰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역시 뉴스랑 신문을 보고 세상의 부조리함에 빡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빠가 지금 경찰이었다면 그 부조리함과 맞설 수 있었을까. 오히려 더 답답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정말 열심히 일하는 마음이 따뜻한 경찰들을 여럿 보았다. 시민들의 얘기대로 해주지 못해 답답해하면서 불안해서 손톱을 물어뜯는 경찰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시민들을 대하는 경찰들도 보았다. 경찰 자체가 싫은 게 아니다. 그냥 우리나라의 조직체계가 싫을 뿐이다. 속으로 엄청 답답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경찰도 많지 않을까. 여하튼 오빠가 경찰이 되지 않아 다행이면서도 지금 상황을 보면 이전에 자신의 꿈을 고수하며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오빠가 안타깝다. 엄마는 오빠나 나나 뒤에 가서 후회하는 건 똑같다며 한숨을 쉬셨다. 

   독한 우리 오빠는 절대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겠지만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 커진 것 같았다.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테니 입 닫고 있으라 했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는 짤막하게 위로하고 치웠다. 1월에는 집에 내려오기를 바라며 말이다. 동생이랑 사이가 틀어지면 오빠가 보고 싶고, 부모님과 사이가 틀어지면 동생이 반가워지는 내게 있어서 형제는 매우 중요하다. 오빠는 츤데레고, 동생은 말 안 들어도 친구 같은 사이다. 내가 맞춰주는 거지만 말이다. 그래서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형제에게 마음이 더 간다. 오빠를 보고 따라서 더 열심히 노력할 때도 있고, 오빠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미리 대비해야겠다고 얻은 깨달음도 있다. 동생을 보며 내 중학생 때가 생각나며 나중에 도움을 많이 주고 싶지만 부족한 언니라서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우린 각자의 삶이 있고, 서로 존중하는 법을 부모님을 보고 배운다. 오빠는 내가 자퇴를 했을 때 그것도 다 경험이라고, 자기도 대학 들어가자마자 자퇴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말려서 자퇴 안 한 걸 다행이라 여긴다고 했다. 그 말이 꽤 응원이 됐다. 

    그래서 다시 대학을 가기로 마음먹은 나는 지금, 대학 발표를 기다리고 있으며 수험생 때의 긴장감 그대로를 유지하며 또 우울해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리 형제들은 왜 꼭 경험해 봐야 알까. 한결같이 세명 다. 결국에는 부모님 말이 맞다고 하면서도 듣기 싫은 건 마찬가지다. 그건 우리 삶의 주체가 우리라고 외치는 것도 같은 허세다. 내 삶은  내 것이 맞지만 부모님 잔소리 중 틀린 말이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간 과거는 붙잡을 수 없다. 현재를 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스스로 통제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미래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 지금 힘들어도 결국에는 모두 일어설 것이라는 걸 믿는 세상 모든 사람들처럼 미래에는 새로운 세상과 사회가 열릴 것이고, 지금보다 모든 게 나아질 것이고, 다시 우리도 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지금 느끼는 안 좋은 감정들은 더 이상 찾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다 털고 새로운 신년을 위해 현재를 즐겁게 살아보자.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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