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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Nov 29. 2024

굳이 언니가 아니어도 되잖아

동생의 말에 나왔던 나의 단호함

  내가 집회에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거창한 뜻은 없었다. 그냥 당연히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뉴스와 기사를 통해 이미 사회가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야 우울증을 극복하고 세상을 용기 있게 살아갈 결심이 섰는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열불이 났다. 그리고 대학가에서도 시위가 한창이었고, 세상에 불만이 있었던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오히려 나는  반성하게 되었다. 세상이 바뀌길 바라면서 그저 마음속으로 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천을 하기로 한 것이다. 주변 어른들은 어린 나이에 왜 그렇게 언제부터 세상에 관심이 그렇게 많았냐고 했다. 나는 원래 이런 이슈에 민감하다. 왜냐면 국비지원도 그렇고 나라가 제공해 주는 것, 국민들이 당하는 속임수 등을 배워나가야 하는 사회초년생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도에 들어서 깨달은 게 참 많다. 엄마는 내가 순진하다고 그래서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꺼내고 했고, 동생은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까불어 댔다. 그녀는 내게 굳이 내가 아니라도 내려올 사람은 내려오게 되어 있다고 말했고, 그 시간에 공부나 하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선생님이 가르쳐줬다고 했다. 그 선생님의 교육관은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나서야겠다. 왜냐, 나서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이 상황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왠지 후회할 것만 같았다. 나는 그동안 불만만 가득했지 실질적으로 뭔가를 바꿔보기 위해 큰 기여를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작은 기부들과 여러 댓글을 통한 응원과 지지, 그리고 책을 내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려고도 했으나 항상 나 스스로 외치고 싶었던 게 있었다. 잘못된 것에 대해 입 다물지 않고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지금 내겐 시간이 있으니 친구들과 가족들 몫까지 시위하고 오기로 마음먹었는데 동생은 한 시간도 안 있어 집에 오는 것 아니냐며 나를 조롱했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말을 서두로. 나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그냥 당연히 해야 해서 하러 가는 건데?"

    그날은 서로 머리 쥐어뜯고 싸웠다. 결국 화해했지만 말이다. 나보다 바쁜 대학생들도 농성을 하고 있고, 집회에 참가한다. 동생의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니다. 나는 영향력 있는 사람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좋은 나라에서 살고 싶은 사람 중 하나다. 그리고 화가 좀 많은 사람이다. 평화시위주의자이기도 하다. 간디나 아웅산수치 정도는 못 돼도 경찰이랑 마찰을 빚고 싶지는 않다. 먼저 진압을 해오지 않는 이상 말이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세상에 잘못된 일이 있으면 숨지 않고 글에 담고 싶다. 자산으로 남는다고 내가 믿는 글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글은 남는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지 않아도 문자로 남는다. 진실과 정의를 구분하는 잣대도 어느 정도 정립이 된 상태에서 나는 내 관점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고 싶다. 내 인생이고, 내 인생에 있어서 내가 하는 일들은 전부 내 선택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하나 보탠다고 달라질 게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샘 라이더'의 노래처럼 나비효과(나비의 작은 날갯짓처럼 미세한 변화, 작은 차이, 사소한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현상)가 있으니 사람들 또한 나비처럼 오래 이어져왔던 잘못된 것들의 사실을 끊어낼 수 있다. 세상 일에 관심을 가지는 건 나이와 상관없다. 불편함을 못 참는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내 성격이 여기에 있어서는 제대로 발휘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지금 몹시 불편하다. 우리나라가 폄하되는 것이 불편하고,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게 불편하다. 그리고 뉴스에 나오는 안 좋은 사태들에 되레 예민하고 아주 아주 불편하다. 불편함을 제거해야겠다.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불편함을 마주하며 외면하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내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혹여나 잊는다고 해도 내가 글로 다시 상기시켜 줄 것이다. 불편함이 있어야 그 불편함을 없애려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글의 구상이 전개의 단계에 이르렀다. 

    나는 현재 유시민 작가님의 생각을 경청하고 공감하며 그런 글을 잘 쓸 수 있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 다짐한다. 내 스승이셨던 전성태 교수님의 온화하고 담백한 글의 흐름과 강한 정신도 본받아 나만의 색깔로 완성될 나만의 이야기. 가이드라인을 잡아주신 그분이 또 그리워진다. 뵈러 가고 싶은데 아직 용기가 없다. 나는 이미 나와버렸으니까 더 이상 제자가 아닌 걸까. 이제 놓아드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교수님께 톡으로 연락한 지도 좀 오래됐다. 이제는 바쁘시니 방해가 될 수 있으니 한창 성장해서 훗날에 다시 만나게 될 날에 내가 쓴 책을 드리고 싶다. 세상의 변화의 중심이 내가 아니어도, 꼭 내가 아니어도 된다고 해도 나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 어찌 보면 나도 나 자신을 지키고 싶어서 이러는 걸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살아갈 사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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