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가 없을 때 복권을 사세요
행운은 복권일까 사람일까
요즘 들어 같은 일을 해도 스트레스가 많았다.
일도 한번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자 이것저것 불필요해 보이고 부당해 보이고 심지어는 억울한 감정까지 들었다.
왜 지금.
왜 이걸.
왜 나만.
왜라는 물음표가 긍정의 방향이 아닌 부정의 방향을 향하니 무섭게 가속도가 붙었다. 사람들과 한창 웃고 떠들다가도 혼자 있을 때는 급작스럽게 시들해졌다. 전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무기력한 감정에 나조차도 흠칫 놀랐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이 지속되던 어느 날,
내 마음처럼 추적추적 비가 왔다.
'이런 날씨에 미팅이라니.'
'안 가도 되는 미팅인 것 같은데.'
그렇게 투덜투덜 택시를 탔다.
예전에는 간혹 소통이 잘 되는 기사님을 만나면 내릴 때까지 이야기 꽃을 피곤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혼자 있는 시간은 그저 조용하고 편안하게만 보내고 싶었다.
이야기의 물꼬를 트시려는 기사님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어색한 거짓 통화를 하며 대화를 원천봉쇄했다.
하지만 그날은 유독 그마저도 피곤했던 무념무상의 하루였다.
기사님이 갑자기 물어오신다.
"요즘 직장인들 직장생활 힘들죠?"
정곡을 콕 찔린 것처럼 몸이 움찔했다.
"네, 뭐 그렇죠. "
하고 멋쩍게 웃는 나에게 기사님이 말씀을 이어가신다.
그리고 뭐가 좋으신지 연신 싱글벙글 웃으신다.
"나도 예전엔 되는 일이 참 없었어요.
돈도 날리고 몸도 아파서 큰 수술도 하고요..
하지만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얼마나 더 잘되려고 이럴까?
그때부터 좀 달라진 것 같네요.
그렇게 기대감이 생기니 기운도 나고
이참에 복권이나 사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복권을 샀는데 3등에 떡하니 당첨이 됐어요.
정말 신기한 일이었죠."
덤덤하게 말씀하시지만 그때가 떠오르기라도 하는 듯
눈과 입은 연신 웃고 계셨다.
"그 이후에도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하면
똑같은 생각이 났지요.
내가 얼마나 더 잘 되려고 이럴까?
이 참에 복권이나 사볼까?
그렇게 복권을 몇 번 샀는데 비록 금액은 적더라도 몇 번 당첨이 되더라고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주변에도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일이 진짜 안 풀린다고 생각할 때
반대로 내가 얼마나 잘되려고 이럴까 생각하시라고.
그리고 복권을 한번 사보시라고요. "
그렇게 주변분들 몇 분도 그 긍정의 기운 덕분인지 소소하게 당첨이 되셨다고 한다. 그렇게 그의 부정적인 생각은 생각의 전환으로 긍정의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이 쌓여 확신이 되었다.
그렇게 행복의 기운이 만연한 기사님을 보며 오랜만에 기분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님, 오늘도 힘내시고 파이팅 하세요."
"감사합니다. 기사님 덕분에 갑자기 행복해졌어요.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행복의 감정이 들었기에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기사님께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택시 문을 닫았다.
서서히 닫히는 택시 창으로 웃고 있는 내가 보였다.
'무거운 몸과 마음이 누군가로 인해 한순간에 변할 줄이야.'
그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복권을 샀다.
결과는 꽝!
하지만 '에이, 역시 안 됐네'라는 생각보다
'다음에 얼마나 더 높은 등수가 나오려고 안된 거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부디 이 긍정의 생각이 오랫동안 내 곁에 머물기를 바라면서 주변에도 기사님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일이 잘 안 풀리면, 얼마나 더 잘되려고 그러나 생각하면서 복권을 한번 사보세요."라고.
<이미지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