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키르기스스탄에 왔다. 해외 봉사 프로그램에 추가 합격하게 된 덕분에 펼쳐진 상황이다. 상상도 못 한 전개다. 내가 키르기스스탄에 왔다니. 사실 오게 되기 전까지 국가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키르기스탄? 키르기즈탄? 키...어쩌구...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키르기스스탄에 간다고 말했을 때 가장 먼저 들은 반응이다. 이해는 간다. 나조차도 잘 알지 못했으니까.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기도하고, 한국에서도 키르기스스탄 사람을 만나는 게 흔치 않은 일이니까.
아무것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온 키르기스스탄은 낯선 듯 익숙했다. 일단 가장 낯설었던 부분은 바로 언어다. '살라맛스즈브'(Саламатсызбы)가 '안녕하세요'고 다른 말들은 더욱 복잡해서 따라 말할 수도 없다. 음식도 한국이랑 너무 다르다. 맛없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으로부터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인 만큼 음식 또한 이국적이다.
대자연을 만끽하는 나
하지만 익숙한 것도 있다. 신기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한국 사람처럼 생긴 얼굴들이 꽤 보인다. 얼굴 평가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한국어로 말해도 위화감이 들지 않을 거 같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한국 자동차도 많이 보인다. 도로에서 기아 차나 대우 자동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래 친구들의 패션도 한국 젊은 사람들이랑 비슷하다. 물론 이슬람 종교가 지배적인 국가라 히잡을 착용한 여성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과 여성들이 노출이 적은 옷을 입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한국이랑 꽤나 비슷한 느낌으로 옷을 입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과 여러 공통점과 차이점이 공존하는 나라에서 앞으로 4달간 살게 됐다. 날씨가 건조하다는 점을 제외하고 걱정되는 부분은 없다. 한국과 다른 이 나라만의 특징을 최대한 많이 관찰하고 그러한 특징을 이곳에 잠시 머무는 동안 내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운 여름에는 음료에 얼음을 꼭 넣어야 하는 나지만 여기서는 점심 식사 후 느끼함이 싹 내려가는 뜨거운 차를 마시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