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엄마의 성장기
미혼일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건데,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나니 길을 가다 눈을 마주치는 모두가 나의 스몰토크 대상이 되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을 보면 메이크업, 머리 스타일, 옷차림을 참고하거나 부러워하거나, 때로는 자신감을 얻는 눈싸움과 눈빛 교환 상이의 시선 정도였는데,
아이를 낳은 후에는 내 또래가 아닌, 내 아이 또래의 아기를 데리고 있는 엄마들을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무언의 경계는 몇 분이면 허물어진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모두가 ‘생얼’이라는 점. 누구 하나 꾸미지 않았고, 마치 짠 듯이 볼캡을 눌러쓰고 각종 추리닝을 입은 채, 누가 더 편한 옷을 입나 대결이라도 하는 듯하다.
그렇게 우리는 “아, 귀여워라~ 몇 개월이에요?” 혹은 “아기는 잘 자나요?” 같은 질문을 던지며, 피곤한 표정 속에 서로의 세모난 눈을 마주 보며 깊은 공감과 탄식을 나누고, 각자의 길로 떠난다.
그렇게 맺어진 사이는 다시 길에서 마주칠 때 눈빛으로 응원하게 된다. 서로의 지친 얼굴과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치 눈보라 속을 헤쳐 나가는 산악인을 마음 깊이 응원하듯, 무언의 힘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특히 아이의 ‘이앓이’ 시즌과 ‘재접근기’의 시기를 겪고 있는 나로서는 과거의 낯가리고 수줍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생얼로 마스크를 쓰고, 무릎 늘어진 바지를 입고 어린이집 엄마들과 담소를 나눈다.
서로 아이가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대결하듯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안에서 묵묵히 전달되는 “잘하고 있어,” “엄마는 그런 거니, 조금만 더 힘내”라는 진심은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는다. 윗집 언니, 저쪽 동네 언니, 이쪽 동네 동생 할 것 없이 하나가 되게 하는 그 순간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스타벅스 블론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