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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Aug 16. 2022

아시아 마트에 간 날

H마트에서 울다를 읽고


20대에는 다소 길게 해외여행을 해도 한식이 많이 먹고 싶다던지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행을 가면 현지 음식 먹을 배도 모자란데 한식은 무슨! 이런 주의였다. 그런데 30대가 되자 일주일 넘게 타지로 가게 되는 경우 만약을 대비해서 작은 컵라면 정도는 꼭 챙겨 다니게 된 것. 외국에서 짜거나 단 음식들을 먹다 보면 칼칼한 라면 국물이 당기는 나이가 되고 만 것이다(진즉에).


여름휴가를 맞이해서 책 좀 읽어볼까 하고 요즘 화제의 ‘Crying in H mart (H마트에서 울다)’를 주문했다. 작가 미셸 자우너는 엄마가 한국인이고 아빠가 미국인인 한국계 미국인인데 25살에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H 마트(미국의 한인마트 체인, 한아름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엄마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엄마가 만들어 주었던 한국 음식들, 엄마가 좋아하던 음식들을 통해 엄마의 사랑을 기억한다.


출처 - 작가 인스타그램 @jbrekkie


전체적으로 묘사가 굉장히 잘 된 에세이라 읽으면서 눈물도 많이 났고 동시에 엄마가 해 준 밥이 엄청 먹고 싶었다. 돼지고기 목살을 많이 넣고 걸쭉하게 끓인 김치찌개나 청양고추를 넣고 매콤하게 끓인 된장찌개,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고등어조림, 굴소스로 맛을 낸 소고기와 버섯볶음 같은 것들.


대구에 있는 친정에 간다고 할 때면 내가 좋아하는 찌개 종류와 남편이 좋아하는 고기나 잡채를 준비해주던 엄마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아시아 마트로 향했다.




주차를 하고 룰루랄라 마트로 뛰어가는 내게 그렇게 좋냐는 그. “마트에 가면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생각나지 않아?”


“마트는 마트일 뿐이죠. 엄마가 해준 음식 중에서 딱히 그리운 건 없는데,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포카치아는 한 번씩 생각나요. 주말에 종종 엄청 두껍게 피자 같은 포카치아를 구워주셨거든. 그래도 레시피를 알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던데,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그 음식은 이제 없는 거니까 만들어 주실 때 감사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해요”


그러면서 왜 재료를 보고 엄마가 만든 요리가 생각나냐는 그. “아이 참, 한인 마트는 다르단 말이야. 당면을 보면 엄마가 만들어주던 잡채 맛이 생각나고, 두부를 보면 두부조림이 생각나는 게 당연하지. 그래서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거 아닐까? 특히 외국에서 사는 경우에는 한인마트 말고는 그런 재료들을 잘 볼 수 없으니 말이야.”


어떤 이야기인지는 알겠지만 자기는 별로 공감이 안된다는 남편이랑 추억이 담긴 음식들을 주워 삼기며 마트를 구경했다. 나만큼이나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던 그는 익숙한 것을 발견할 때마다 나를 부르곤 했다.



여기 만두가 있어요!!

자주 가는 까르푸에 비비고 안보인지 몇 주 된 터라 상심하고 있었는데 바로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남편도 일본 교자는 별로라고 비비고 만두 사자고 둘이 완전 호들갑 떨면서 김말이까지 포함해서 종류별로 하나씩 담아왔다. 이제 떡만둣국도 군만두도 문제없지!



어찌 된 일인지 일반 소주는 없고 과일맛이 나는 소주만 있었는데 남편이 좋다고 주워 담다가 가격표를 보더니 7.90€.. 소주 한 병에 만원이나 주고는 못 사겠다며 다시 내려놓았다. 와인도 한 병에 10유로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주 가격 너무 한 거 아니냐며. 어차피 소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 프랑스 있는 동안은 와인이나 마시자.



그리고 라면 코너에서 내가 가장 하는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찾았다. 불닭볶음면은 아예 팩으로 팔고 있었는데 그렇게 매운  우리는   먹어서 프랑스에서  팔리나 보나 신기하다 하고 패스했다. 떡국떡이랑 라면이랑 냉동만두랑 이것저것 샀더니 120유로 정도 나왔는데 한동안 비상식량으로 요긴하게 먹을  있을  같다.


여기에 한국 식품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지만 프랑스에서 그것도 이 작은 동네에서는 근교에 아시아 마트라도 있다는데서 만족해야 될 것 같다. 그래도 독일에 있는 한인마트는 전 유럽으로 배송을 해줘서 정말 아쉬우면 독일 한인마트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매콤한 된장찌개


여름휴가 시작과 동시에 시어머니가 오셔서 내내 스테이크나 파스타, 치즈를 어서 자극적인 맛이 그리워지던 차에 남편과 둘이 남게 되자 구호물품으로 받은 재료와 아시아 마트에서   재료들로 한식을 해먹었다.


모처럼 입안에 매운맛이 들어가니   같다. 한식은 입은 즐거운데 요리하는 과정이 힘들 . 찌개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야채를 다듬어야 하다니 거기에 밥도 해야 하고 (그래도 밥은 밥솥이 한다). 찌개 하나 하고 뻗어서 다른 밑반찬 만들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다음에 하루 날 잡고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조림 반찬을 만들어 봐야지.


쫀득하게 튀긴 탕수육
시어머니에게 받은 가지로 만든 가지탕수육
남은 스테이크 고기에 불고기 양념을 해서 구워먹음
코인 사골육수로 만든 떡만두국


맛은 있었는데 대체 사진은 왜 이렇게 하나같이 맛없어 보이게 나온 건지.. 음식 사진 찍는 재주는 없나 보다. 다음엔 엄마 레시피로 떡국을 끓여먹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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