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첫 외부 강의 의뢰가 메일로 도착했습니다. 바로 OOO증권 회사에서 3월 중 임직원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강연 자리입니다.
증권회사, 임직원. 두 단어를 듣고 신랑이 제게 물어본 질문입니다.
“여보 증권회사 임직원분들인데 괜찮겠어?”
제 강의의 가장 많은 청중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하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누구보다 노년 자금을 잘 준비하며 대비하고 있을 증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가 과연 강연이 가능할까, 신랑은 저 대신 걱정했던 것입니다.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여보, 청중이 강사를 고르지, 강사가 청중을 고르지는 않아. 세상에 모든 분야를 다 아는 전문가는 없고, 반드시 그 분들에게 나만이 전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거야.”
기존에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분들을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제 마음엔 설렘이 내려앉았습니다. 어느덧 저는 강의 대상자가 누구든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아동 전집 판매 사원을 할 때 문전박대를 많이 받았습니다. YES보다 NO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견디며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도 말을 걸어볼 자신이 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던 그때가 문득 지나갔습니다.
만남이 다듬어 준 '흔들리지 않는' 나
17년을 강의하며 만난 1만여 명의 제자들, SNS를 통해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 유튜브를 하며 읽기도 거북했던 악성 댓글들을 남기고 간 사람들까지. 이처럼 아주 많은 관계들이 오늘의 나를 또 한 번 다듬어 주었습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이 귀한 강연 기회를 주신 분이 저는 직접 알지 못하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강연 담당자분은 제 강의를 들었던 임직원 분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저에게 연락하셨다고 했습니다. 어떤 강의장에 계셨던 분인지, 그분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요즘 저는 이처럼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어느 분들의 믿음 있는 소개로 새로운 강의 기회를 만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지난 시간 동안 '나만의 가치'를 쌓아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눈앞의 청중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의 메시지를 기억하고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제가 선 자리가 아무리 작았을지라도, 그곳에서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했을 때 그 가치는 시공간을 넘어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강사가 청중을 고르지 않는다는 말 속에는, 강사가 가진 경험과 지식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교육 현장에서 발견한 '인간의 본질과 관계의 회복력'은 전문 분야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든 반드시 필요한 통찰이니까요.
지난 17년 동안 강의하며 제가 가장 궁금해 했고, 지금도 여전히 궁금한 것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며 왔던 시간들이, 바로 지금 제가 가진 가장 강력하고 보편적인 가치가 된 것입니다.
저는 이제 두려움 대신 설렘을 안고, 증권회사 임직원분들에게만 전해줄 수 있는 저만의 이야기를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