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치즈 3대장(그뤼에르, 에멘탈, 아펜첼)으로 만드는 스위스식 치즈퐁듀
스위스. 이맘때쯤이면 그곳의 멋진 설경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더 큰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는 눈이 녹을때까지 기다려야하는데요. 따스한 기운이 맴도는 스위스에는 볼거리가 참 많습니다. 기차에 오르면 창밖으로 수많은 풍경들이 스치고 역에 정차할 때마다 객실로 쏟아지는 트래커들. 무거운 배낭을 이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빨갛게 그을린 얼굴에서 뿜어 나오는 아드레날린이 기차 안을 물들입니다. 하지만 무거운 트레킹화와 바닥이 불안한 리듬으로 맞닿고 나면 기차복도는 엉망이 되고 마는데요. 후드득 떨어진 풀 섞인 흙덩이들과 진한 소똥냄새. 낯선 길을 정복한 젊은이들 그리고 어지러이 걷던 길을 정돈된 마음으로 복기한 노인들의 흔적입니다. 어쩐지 지독하지만 향긋하더군요.
스위스의 산은 사람들에게만 인기있는 것이 아닙니다. 봄의 절정이 될 무렵, 이 곳의 소들은 친구들과 줄지어 알프스 고지대로 올라가 풀파티 아니 풀잔치를 벌입니다. 높은 곳에만 피는 향긋한 야생화와 허브들이 소들의 주식이 되는데 이때 만든 우유를 건초만 먹고 자란 젖소의 우유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 또 이 원유를 다시 자연에 놓아두었을 때 만들어지는 치즈. 참 멋진 떼루아Terroir(지리적인 상호작용)입니다!
콩테의 생산지 내에서도 장소에 다라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각각의 토지에서 여러 가지 풀과 꽃을 먹은 소들에게서 짠 우유로 치즈를 만들면, 장기 숙성하는 단계에서 소들이 섭취한 화초의 풍미가 치즈에 영향을 주어 갖은 향과 풍미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토지 고유의 토양, 식물, 기후 등이 서로 영향을 끼치는 지리적인 상호작용을 '테루아Terroir'라고 말합니다. 콩테를 포함해서 치즈나 와인의 전통적인 특징은 이 테루아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올어바웃 치즈, 무라세 미유키(예문사)
그뤼에르 지역에 도착해 산속 깊이 들어가니 작은 오두막에서 전통 방식으로 치즈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치즈 만드는 작업은 얼핏 보아 흉내 낼 수 있을 만큼 단순합니다. 하지만 쉽게 따라 하기 힘든 이유는 너무나 명확한데요. 치즈는 원유가 생산되는 지역을 감싸는 볕과 토양 그리고 그 조화 속에서 싹튼 크고 작은 생물들이 오랜 시간 동안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결과로 만들어내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봄 여름에는 산과 들에 핀 꽃과 풀을 먹고 겨울에는 화학처리를 하지 않은 건초를 먹는 소들의 우유로 소량 생산되는 치즈. 가성비라는 것이 가격대비 품질을 뜻한다면 스위스 치즈는 그 수치가 무척 높은 편이겠네요.
그뤼에르사에서 만드는 치즈 분류표입니다. 이 중에서도 3번째 Alpage Gruyère AOP 치즈가 조금 특별한데요. 고지대의 향긋함을 온전히 머금은 원유로 만드는 치즈입니다. 5월에서 10월 사이 소들이 알프스 산 높은 곳에 머무는 동안 생산되는 우유로 만들고 숙성되어 그 가치가 더 높은 치즈입니다.
모짜렐라처럼 수분을 가득 머금은 연질치즈에 부드러움과 쫄깃함이 있다면 단단한 경질치즈에는 황홀한 풍미와 으스러지며 녹아내리는 식감이 있습니다. 경질치즈는 6개월 많게는 24개월 혹은 그 이상까지도 숙성시키는데요. 개월 수에 따라 향과 맛이 달라 전혀 다른 치즈처럼 느껴지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그냥 먹어도 짙은 향에 취하는 경질치즈를 쌉쌀한 와인에 녹여먹는 요리, 퐁듀. 사용하는 치즈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기때문에 본인 취향의 치즈를 녹여 만드는 것이 가장 맛있는 퐁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뤼에르 치즈를 좋아해 그뤼에르 치즈 비율을 높인 퐁듀를 만들었습니다.
[ 재료 ]
그뤼에르 치즈 150g
아펜첼 치즈 100g
에멘탈 치즈 50g
마늘 2알
백후추
넛맥
드라이한 화이트와인 250ml
감자전분 1.5T
체리 증류주(슈냅스) 20ml
그뤼에르, 에멘탈, 아펜첼 치즈를 굵게 갈아 준비합니다.
열기를 오래 머금을 수 있는 냄비(뚝배기, 무쇠 등)를 준비하고 바닥면을 마늘 단면 진액으로 코팅합니다.
다진 마늘, 백후추, 넛맥을 냄비에 넣고 화이트와인을 부어 데워줍니다.
와인에 김이 오르기 시작하면 갈아둔 치즈를 조금씩 넣고 잘 녹여줍니다.
치즈와 와인이 겉돌기 시작하면 체리슈냅스에 감자전분을 섞은 뒤 냄비에 부어 빠르게 저어주면 완성입니다.
퐁듀를 먹는 동안 치즈를 따뜻하게 데워줄 약한 불이 필요합니다.
퐁듀를 다 먹고나면 냄비 바닥에 누룽지같이 딱딱한 치즈껍질이 남아있습니다. 스위스 사람들은 이 치즈껍질을 참 좋아한다고 하네요.
퐁듀를 만드는 방법은 참 간단합니다. 치즈를 갈아 와인에 잘 녹여준 뒤 전분혼합물로 마무리해 주면 끝인데요. 쌉쌀한 와인향과 녹진한 치즈의 조합이 참 매력적인 요리입니다. 조리과정은 유튜브에 영상으로 업로드해 두었습니다.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스타 @dalmond__
유튜브 달몬트 | dalmond